[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컴퓨터, 반도체 부품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용 디스플레이, 이미지센서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던 전자·부품 계열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스마트폰·PC·노트북·모니터·디스크 드라이브·메모리칩·반도체 제조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에 부과한 125%, 그 외 국가에 대한 1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되 스마트폰, 반도체 부품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일단 적용 유예하겠다는 결정이다. 이러한 조치로 국내 전자제품 제조 기업들은 트럼프발(發) 관세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엔 희소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이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율을 매기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지만 이번 상호관세 부과 대상 제외 발표로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스마트폰 관련 부품 업계에도 이번 조치로 큰 걱정 하나를 덜었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아이폰의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하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애플에 대한 관세가 145%에서 크게 낮아진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유형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았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빅테크가 상호관세로 타격을 받는 상황에 놓이자 미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도체업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유예 보도에 “관세 예외가 발표된 것이 아니고 단지 다른 관세 ‘버킷(Bucket·범주)’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라며 “다가오는 국가 안보 조사에서 반도체, 전자 제품과 관련된 전체 공급망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들의 반도체 관세 관련 질문에 “월요일(14일)에 그에 대한 답을 주겠다.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대해 이전과 다른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을 암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어 고율의 품목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TSMC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품목 관세 부담이 클수록 한국과 중국 등에 주요 제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만 TSMC가 선제적으로 미국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TSMC는 미국 내 고객사들과 가까운 거리에 공장을 확충해 AI 칩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두 기업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각각 37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생산기지를 하루아침에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높은 비용 부담, 불확실한 보조금 정책,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대미 투자 확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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