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대통령 탄핵과 미국 관세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은행권이 기업 대출을 조이고 있다.
그 가운데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고민도 커져 가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손을 내밀었으나 은행들의 속내도 복잡하기만 하다.
<뉴스락>은 좁아지는 중소기업의 자금 탈출구를 찾아 봤다.
미국 관세 여파에 자금 막힌 중소기업...은행 대출 감소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이 미국의 관세 여파로 타격을 입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증가하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3조 1922억원으로 전월(664조 604억원) 대비 8683억원(0.13%↓) 감소했다.
지난 2월 전월 대비 1조 4373억원(0.22%↑) 대출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상 기업들은 연말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였다가 연초에 다시 늘리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분기말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3월 기업대출 감소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향후 수출 감소에 따른 대출 부실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관리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회사채,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식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경기 불확실성에 대출 통로까지 좁아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정치권, 은행권에 중소기업 금융지원 요청

미국발 통상전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은행권에 손을 내밀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청사에서 5대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기관 수장들을 소집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외 경제·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수행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참석해준 금융지주회사와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돼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부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5대 은행장들을 소집해 금융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크다"며 "어떻게 지원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자"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주문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관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중소기업 등을 위해 약 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악화되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가장 먼저 지원을 약속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출 문은 열었지만...은행권, 연체 공포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금융 지원을 확대했지만 은행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A 시중은행 기업영업부 관계자는 "여전히 신규 대출을 위해 영업은 하고 있지만 이를 심사하는 심사부에서 관리가 타이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 관계자도 "우량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중"이라며 "신성장 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은행 전체가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선별적으로 대출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년(0.60%) 대비 0.1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0.05%로 1년 전 0.12%에서 0.07% 하락해 대조를 이룬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 연체율이 0.82%로 전년 동기대비 0.20%포인트 높아졌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0%로 0.14%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자의 연체율이 악화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대출을 줄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돌려받지 못할 게 뻔히 보이는데 거기에 대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살리기엔 역부족...경기 회복이 '우선'
금융권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국내 경기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해결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하루 빨리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게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수도권 시중은행 지점장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망설여지는 분위기"라며 "궁극적으로는 경기가 자체가 안좋다 보니 큰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수출이 우리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치 분열로 인해 대응도 하지 못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약 2달 남은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경쟁하더라도 대외정책만큼은 한덕수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위기를 계기로 대한민국 산업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추 본부장은 "무조건 자금을 집행해 준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해당 산업이 없으면 반드시 해외 수입으로 대체돼야 할 수준의 산업이 아니라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만약, 정책 금융으로 정부가 지원해줬는데, 다시 부실이 일어난다면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살려야 될 기업만 살리는 산업의 대전환 시점이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