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국내 에너지·조선·건설 기업 및 여러 공적 금융기관이 참여 중인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가 인권 유린 문제가 발생하며 국제사회의 큰 비판에 직면했다.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북부 카보델가도(Cabo Delgado) 지역에서 추진 중인 이 LNG 프로젝트는 프랑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주도하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가스전 개발사업이다. 국내에선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참여하고 있다.
1광구(Area 1)부터 6광구(Area 6)까지 총 여섯 개 광구로 분할돼 단계적으로 상업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1광구(Area 1)로 약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 제기된 경제성과 기후환경 측면은 물론 인권 문제까지 연루됐다는 의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며 투자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선이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쏠리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내외 7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와 관련된 LNG 운반선 건조 의향서(LOI) 연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인권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LNG 운반선을 추가하는 것이 심각한 상황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잠비크를 비롯한 짐바브웨, 말라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독일 등 5개 대륙 다양한 국가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연명에 참여했다.
공동 수신인은 선박을 건조 예정 중인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사와 미츠이 O.S.K 라인(Mitsui OSK Lines), NYK(Nippon Yusen Kaisha), 케이라인(K-Line) 등 선주사다. 현재 모잠비크 LNG 1광구 사업에 포함된 17척의 LNG 운반선 건조에 관한 의향서는 유효기간이 4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조선 및 해운 기업들의 결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서한은 국제 인권 기준과 기업의 책임경영(ESG)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행보에 대해 국내 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묻고 있다. 인권 침해 연루 위험이 제기된 프로젝트에 계속 발을 담그는 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걸맞느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최소한 프랑스 검찰의 민간인 학살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국제적 경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1년 이슬람 무장 반군의 공격 이후 토탈에너지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으로 장기 중단 상태에 빠져 있으며, 지난 3월 프랑스 검찰이 토탈에너지를 이 사건에서 직원과 협력업체 사망자 구조에 실패한 것을 두고 과실치사 및 구조 의무 불이행 혐의를 적용해 공식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더해, 2021년 카보델가도 주의 아풍기(Afungi) 반도에 위치한 토탈에너지 가스 플랜트 부지 입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 지난해 9월 폴리티코(Politico)에 보도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토탈에너지 시설을 경비하던 모잠비크 특수부대는 민간인 수백 명을 컨테이너에 3개월간 구금했고, 이들 중 다수가 심각한 고문과 굶주림 속에 사망하거나 실종하고 단 26명만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수부대 지휘관은 모잠비크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토탈에너지의 사업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밝히면서 사업과의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토탈에너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모잠비크 합동경비대(JTF)에 식량과 장비, 보너스 등을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체 평가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프로젝트를 갈등 당사자로 만들 수 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이러한 인권 침해 문제로 유엔, 네덜란드, 영국 등의 정부기관은 독립적 조사를 촉구하거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중단 조치를 취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기업인 반 오드(Van Oord)가 참여 중이던 관련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을 공식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한국 조선사들이 LOI를 계속 연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예정대로 계약 연장을 한다면 기업의 ESG 원칙과 국제 인권 기준 위반에 해당하며 중요한 책임 회피로 간주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LNG 운반선 제조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시나리오에 따르면, LNG 운반선 수요는 2030년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넷제로 시나리오에서는 현재보다 약 400척 이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발주가 7번이나 지연된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 계속 선박 슬롯을 할당하는 것이 조선소의 협상력과 슬롯 운영 전략 측면에서도 타당한 결정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공급 과잉이 불가피한 가운데 추가 연장 계획은 사업성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또한 LNG선은 친환경 에너지를 표방한 대표적인 가짜 녹색 산업이다. LNG선이 매우 높은 온실 가스 배출 위험을 안고 있다.
기후환경 측면을 넘어 기업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도 전략적 문제가 있다. 이번에 건조 예정인 17척의 LNG 운반선은 매년 연간 약 6288만 톤에 이르는 온실가스를 배출함과 동시에 이는 30년간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를 고정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낳게 된다.
현재는 해상풍력, 친환경 선박 등 탈탄소 전환에 부합하는 산업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문제가 많은 화석연료 기반 프로젝트에 기업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조선 담당 연구원은 “이번 LOI가 8번째 연장되는 것은 조선소의 재무적인 입장을 고려해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2020년 첫 LOI 체결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며 계속 연장만 되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제기된 프로젝트에 연루되는 것은 조선소의 평판과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기후위기로 인한 좌초자산 위험과 과잉공급으로 현재 LNG 운반선 신조 발주가 급감한 상황으로 독립적인 조사 없이 단순히 LOI를 연장하는 것보다 조선소의 명성과 주주 이익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각 기업에 LNG 운반선 건조 의향서 연장 중단을 요구한 서한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공식 회신을 요청했다. 기업의 회신에 따라 향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답신은 오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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