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반도체특별법이 여야 갈등으로 국회 통과가 미뤄지는 가운데, 현행 최저한세 제도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반도체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는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면서도 특별연장근로 신청 등 기존 제도 내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심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특히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포함할지를 두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국정 공백 리스크 속에서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진행되지 않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공정 미세화 가속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개발 난이도 증가로 신제품 개발 기간은 늘어나는데 핵심 개발자들이 현행 주 52시간 규제로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협회는 ▲인프라 구축 ▲첨단 R&D 촉진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논의를 국회에 요청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의 기술 우위가 경쟁국들의 맹추격으로 위협받고 있고,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으로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국회와 정부의 협력이 절실하며 반도체 업계 역시 이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이 현행 최저한세 제도로 인해 투자 활성화 효과가 크게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행 17%의 최저한세율이 글로벌 기준(15%)보다 높아 기업들이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국내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에 더해, 제도적 장벽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계는 현행 체제 내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승인했다. 이 제도는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 인가를 거쳐 주당 최대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반도체 연구개발직 특별연장근로를 최대 6개월까지 허용하는 지침을 시행한 후, 삼성전자가 첫 인가 사례가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근로자들은 첫 3개월간 주 최대 64시간, 이후 3개월간 주 최대 60시간 일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 경쟁력이 근무시간에 제약받지 않도록 하되 임직원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최우선시하며 근로시간 유연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긴급하고 중요한 개발 업무에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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