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국내 극장가의 침체기가 지속되며 CGV, 롯데시네마 등 주요 영화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영화관을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극장 누적 매출액은 1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으며, 1~2월 전체 누적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한 1438만명을 기록했다.
CGV의 지난해 국내 극장 사업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올해 2월에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4517억원을 기록한 매출액과는 달리 영업이익은 3억원에 그쳤다. 지난 2020년 이후 5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메가박스는 지난해 매출 2916억원, 영업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활성화된 OTT 시장과 함께 흥행작의 부진이 이어지며 국내 주요 영화관 CGV, 롯데시네마 등도 업황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한 관람권 가격 인상 역시 관람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서 전년 대비 극장 관람 빈도가 줄어든 응답자를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24.8%)라는 응답과 함께 ‘영화나 극장 품질에 비해 티켓 가격이 올라서’(24.2%)가 영화관을 찾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별화 콘텐츠를 통해 관객 유입을 꾀하고 있다.
CGV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콘텐츠 브랜드를 강화해 왔다. CGV의 예술·문화 콘텐츠 브랜드 ICECON은 공연 실황, KBO리그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ICECON 관객 수는 △2021년 22만명, △2022년 45만명, △ 2023년 91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관객 수는 120만명까지 큰 폭으로 확대됐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다. 컬처 프로젝트 ‘롯시플’을 통해 음악, 전시, 강연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스포티비와의 협업을 통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한일전 경기 단독 상영 등 해외 스포츠 중계를 활발히 하고 있다. 메가박스 강남점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낮잠을 잘 수 있는 리클라이너 좌석을 1000원에 제공하는 ‘메가쉼표’ 이벤트를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안 콘텐츠를 모색하던 과정에서 콘서트 실황 공연 등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최근 팬덤 문화의 확산과 관련 소비가 활발해지며 이러한 콘텐츠들이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관을 일종의 문화 향유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CGV는 뜨개질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뜨개상영회’를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화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이색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층고가 높은 영화관 구조를 활용해 클라이밍짐도 운영한다. 현재 수도권 매장 3곳(종로 피카디리1958점, 구로, 신촌아트레온점)에서 클라이밍짐을 선보이며 영화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점 일부 상영관을 공연장으로 전환한다. 쇠퇴하는 영화 산업과 달리 최근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관 공간을 리모델링해 롯데컬처웍스의 공연 사업에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대입구점에는 관객 참여형 롤플레잉 체험 공간 ‘라이브 시네마’를 론칭했으며, 건대입구점에는 버추얼 유튜버 전용 공간인 ‘브이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메가박스도 킨텍스점 상영관 일부를 아이스링크장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공연 실황,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극장에 고객의 발길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주요 미션”이라며 “영화관이 영화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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