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째 여정 마친 노장의 아름다운 퇴장..랑거, 마스터스 은퇴하던 날[마스터스]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67세 전설의 아름다운 퇴장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67세의 노장 베른하르트 랑거가 마스터스 둘째 날 2라운드 18번홀에 오르자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MASTERS)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2라운드.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41번째 마스터스를 끝낸 뒤 작별인사를 했다.

랑거는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매그놀리아 레인(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입구)을 따라 운전하면서 이곳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면서 “이렇게 잘 관리된 골프코스, 이렇게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토너먼트를 본적이 없었다”며, 마스터스와 함께 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또 “선수로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더는 경쟁력이 없다”며 “익숙한 7100야드 코스에서의 경기는 여전히 충분히 경쟁할 수 있지만, 오거스타처럼 7500야드 이상의 코스에서 경기하는 건 이제 어렵다”며, 미리 작별 인사했다.

1982년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한 랑거는 1985년 정상에 올라 평생 출전권을 획득했다. 1993년에 두 번째 그린재킷을 입은 그는 2011년과 202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마스터스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제89회 대회를 치르는 마스터스에서 41번째 출전한 랑거는 ‘마스터스의 살아있는 역사’와 같다.

하지만 그의 퇴장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랑거의 은퇴 소식을 들은 팬들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연습하기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로 들어설 때, 1번홀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로 걸어갈 때, 14번홀에서 힘차게 티샷을 했을 때에도 기립박수를 보내며 예우했다.

대회 둘째 날 마지막 18번홀(파4). 랑거가 그린 쪽으로 다가오자 앉아서 경기를 보던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보는 마지막 18번홀 퍼트가 될지 모를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박수를 치자 노장은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17번홀까지 2오버파를 기록한 랑거는 18번홀에서 파를 하면 마스터스 역사상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보기를 하면서 마지막 마스터스에선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태운 랑거를 향한 박수와 환호는 그칠 줄 몰랐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은 그린 옆에 서서 랑거를 기다렸다. 그가 나오자 악수하며 긴 여정의 마무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인파 속에 둘러싸인 랑거는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아내 비키 캐럴의 손을 잡고 코스를 걸어가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랑거는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으나 (마스터스 은퇴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이 코스는 내게 너무 길다. 첫 라운드부터 이 코스와 사랑에 빠져 많은 추억을 쌓았다.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오랫동안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큰 축복이었다”고 돌아보며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