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2006)은 미국 독립영화계의 숨은 보석으로, 가족의 의미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조나단 데이턴과 발레리 패리스 감독의 연출 아래, 개성 넘치는 후버 가족의 로드트립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뒤집는다. 패배자와 승리자를 구분짓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바로 화합 그리고 사랑이란 걸 강조한다. 후버 가족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아니지만,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함으로써 진정한 승리를 이룬다.
영화는 외형적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통통하고 안경 쓴 7살 소녀 올리브가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미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이야기다. 여기서 집중해볼 점은 이 가족이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빠 리처드는 자기계발 강사이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 성과도 없다. 엄마 셰릴은 실용주의자지만 가족의 감정을 돌보기엔 지쳐 있다. 삼촌 프랭크는 자살 시도를 한 동성애자 학자고, 오빠 드웨인은 무언 수행 중인 사춘기 청소년이며, 할아버지 에드윈은 퇴출당한 퇴물이며 마약 중독자다.
영화는 이 인물들이 함께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로부터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실패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패배자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실패한 이들을 위로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패배’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성공 대신 서로에 대한 진정성,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때론 패배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결국 도착한 미인 대회. 하지만 올리브는 대회에 어울리지도, 기대받지도 않는다. 여기서 가족은 중요한 결단을 내린다. ‘우승 여부'는 상관없다는 것.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가족의 역할이라는 것. 올리브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우스꽝스럽지만 당당한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는 어긋나지만, 그 안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용기. 그게 진짜 성장이고, 진짜 승리라고 말한다. ’결승점‘은 그저 핑계였을 뿐이다.
영화는 현실에 대한 도피처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의 쓴맛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따뜻함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는 로드무비인 동시에 치유 영화이며, 가족 드라마인 동시에 사회적 풍자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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