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불러온 제주의 험난한 ‘육지 원정기’…초등학교 흙 운동장에서 훈련, 쉽지 않은 부천 원정까지 험로의 연속

제주 김학범 감독이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과 원정경기 직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또 다른 상대와 싸우고 있다. 최근 제주도를 강타한 강풍의 여파로 험난한 원정 일정을 보내고 있다.

제주 김학범 감독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계획했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숙소 인근 초등학교에서 가볍게 조깅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12일 제주 전역에 걸쳐 초속 20~2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고, 비까지 내렸다. 이 때문에 제주공항에는 강풍경보가 발표됐고, 국내선 출발 58편, 도착 59편이 결항됐다. 다음날인 경기 당일까지도 오후 늦게까지 강풍이 나부꼈다.

섬이라는 연고지의 특성상 원정경기를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제주로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애초 제주 선수단은 12일 제주에서 오전 훈련을 진행하고, 오후 3시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다. 그러나 강풍으로 인해 오전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고, 오전 11시 비행기를 급하게 탑승해 광주에 도착해 곧장 경기 장소인 전주로 이동했다.

전주에 도착한 뒤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애초 훈련장인 전주대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근초 풍남초에서 가벼운 러닝 훈련만 진행했다. 잔디가 아닌 흙 운동장이기에 공을 다루는 훈련은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강풍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대해선 “어찌할 방법이 없지 않나”며 “물론 상황은 쉽지 않다. 감독으로선 그저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잘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속내는 다르다. 제주는 쉴 틈 없이 또 한번 원정길에 오른다.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코리아컵 3라운드(24강) 원정경기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단은 전북전이 끝난 뒤 제주로 돌아가지 않고, 14일과 15일 전주대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15일 적지인 부천으로 이동한다. 더욱이 부천은 제주와 ‘연고지 이슈’로 얽히고설킨 사이여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전주｜백현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