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으로 알려져 온 지중해식 식단이 사실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한국인들에게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의 내과 전문의 겸 재생의학 전문의 마이클 아지즈 박사는 "날씬함을 유지하고 장수하는 데 있어서 지중해식 식단보다 프랑스식 식단이 낫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중해식 식단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은 포화지방이 적은 식단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7개국 연구에서 나왔다"라며 "이 연구는 일부 국가만 골라 조사했고 포화지방을 주로 섭취하지만 심장병 발병률이 놀라울 정도로 낮은 프랑스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편의적으로 제외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대중이 버터와 치즈에 등을 돌리고 그리스의 방식을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아지즈 박사는 "지중해식 식단은 정말 좋긴 하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이 풍부해서 하루에 7~11인분 정도를 먹게 된다"라며 "하지만 연구에 포함된 7개국은 과잉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 수 시간 동안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중해식 식단은 대부분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고 오히려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위험한 식단'"이라고 경고했다.
또 "프랑스식 식단이 체중 관리에 더 좋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그리스인의 비만율은 43위인 반면 프랑스인은 143위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체중 관리 비결로 아지즈 박사는 "식사량 조절"을 꼽았다.
그는 "프랑스식 식단은 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을 중시한다"라며 "(이런 식습관은) 소화를 돕고 더 적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중해식 식단이 올리브오일, 견과류, 통곡물을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밀빵 샌드위치를 하루에 7~11인분을 먹는 건 쉽지만 크루아상을 하루에 7~11인분을 먹는 사람은 본 적 없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식 식단에 흔히 포함되는 치즈와 요거트 같은 고지방 유제품이 사실 칼슘과 비타민D를 공급해 뼈 건강에는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아지즈 박사는 프랑스식 식단이 비단 체중 조절에만 좋은 게 아니라 대장암 위험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중해식 식단은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는데 유제품에 포함돼 있는 칼슘은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10만 명 중 22명이 대장암 진단을 받은 반면 그리스에서는 10만 명 중 149명이 대장암에 걸린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육류 역시 지중해식 식단에 자주 오르는 생선보다 건강학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식단에는 간과 같은 내장육을 비롯해 철분, 비타민B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고품질 육류가 더 많이 포함된다"라며 "지중해식 식단은 생선을 더 많이 먹는데 생선은 오메가-3가 풍부하지만 철분 함량이 낮아 일부 사람들에게는 결핍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양이 풍부한 육류를 식단에 포함시키면 빈혈을 예방하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프랑스인들이 식사 중 레드와인을 곁들이는 점도 의외로 건강상 효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사 중 레드와인을 적당량 섭취하면) 폴리페놀 흡수를 향상해 체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혈당 급증을 막아주고 소화에 좋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과도한 음주는 뇌, 심장, 간에 장기적인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암 위험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평균 수명은 83.1세이고 그리스의 평균 수명은 81.8세다. 이는 프랑스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더 날씬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프랑스식 식단이 (지중해식 식단보다) 장수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지중해식 식단이 한국에서 건강식이자 다이어트식으로 주목받은 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과거 단기적인 체중 감량에 초점이 맞춰졌던 식단 트렌드가 점차 건강한 식습관과 장기적인 체중 관리로 옮겨가면서 심혈관 질환 예방, 혈당 조절, 항염 효과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중해식 식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리브유, 생선, 통곡물, 채소, 견과류 등 자연 식재료 위주의 구성은 건강과 다이어트 효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지중해식 식단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건강 관련 콘텐츠와 방송,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었고 2018년 전후로는 식품업계에서도 관련 제품과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은 분명하다. 심혈관 건강 개선, 체중 조절, 당뇨 및 대사증후군 예방, 정신 건강 증진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한식과의 조리 방식 차이, 식재료 가격 부담, 철저한 실천의 어려움, 단백질 섭취 부족 가능성 등은 꾸준한 실천을 방해할 수 있다.
한편, 지중해식 식단의 뿌리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비롯됐다. 그리스는 바다에 인접한 지형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생선과 해산물이 풍부하고 올리브나 포도 같은 작물 재배가 활발했다. 여기에 1년 절반 이상이 고기를 금하는 정교회의 금육일 전통과 육류 대비 저렴한 생선·식물성 식재료 중심의 조리 문화가 더해지며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건강한 식단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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