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고관세까지···‘이중고’ 유통·식품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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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고관세까지···‘이중고’ 유통·식품업계 비상

이뉴스투데이 2025-04-13 10: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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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최근 고환율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겹치면서 식품·유통업계와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하긴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이 활발한 K-푸드와 화장품, 패션 업체들은 환율 영향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는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세후 이익이 1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높아 재료 수입 단가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복수의 식품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업체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세후 이익이 국내 사업 기준으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달러에 더해 주요 식재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1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식품기업들은 고환율과 식재료 가격 상승에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환율 1400원대 기준에서 1450원대로 수정했으나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경영난이 가중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소비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고유가 등 국제정세 악화,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또 미국 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양식품은 관계 부서와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관세 대응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대응 정책을 수립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원료 구매 자금을 지원하고, 농식품 수출바우처와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환율 위험을 분산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중소기업 360곳을 대상으로 고환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51.4%)이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익이 발생한 중소기업은 13.3%에 그쳤다.

조사 시점 기준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34.6원으로 집계됐다. 손익분기점 환율은 기업이 영업손실을 보기 시작하는 환율을 의미한다.

목표 영업이익을 이루기 위한 적정환율은 손익분기점 환율보다 좀 더 낮은 평균 1304.0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적정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인데 1500원 돌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며 “고환율에 고관세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특히 고관세로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전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는 “제품 100%를 북미로 수출하는데 물량의 90%가 미국으로 간다”며 “관세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객사들조차 관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사들도 단가 인상이나 발주 중단, 생산공장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화장품 매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화장품 매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K-뷰티 기업들은 환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에서는 원부자재 수입 비용 증가, 물류비 상승 등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금까지 무관세로 제품을 수출해왔으나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관세가 부과된다.

판매와 비용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패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도 상황이 복잡하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당장 영업손익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속적인 환율 변화를 모니터링해 외화 부채 잔액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세아상역 등 패션 OEM 기업들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관세 대응에 방점을 두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강달러)에 더 큰 고민에 빠졌다.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 쇼핑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은 환율이 실시간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일부 제품은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환율 보상 포인트·쿠폰으로 쇼핑 부담을 낮추고 있으나 환율 영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와 가격 조정 협상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제품 판매가를 원화 기준으로 변경하거나 기내 면세점처럼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일부 식품을 수입하는 대형마트들도 환율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이마트는 원/달러 환율 1500원을 가정해 매일 신선·가공식품 등 수입 가격을 시뮬레이션하며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노브랜드 냉동 삼겹살의 산지를 지난 1월 스페인에서 네덜란드로 바꿨고 냉동 칵테일 새우살 수입국도 베트남·인도에 이어 페루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 통합 대량 매입으로 구매 협상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고환율 가격 방어를 위해 미국산 오렌지를 지난해에는 특대과를 주로 팔았지만, 올해는 소과를 선보여 가격 부담을 절반으로 낮췄다. 노르웨이산 연어회 매입량은 평소보다 네 배가량 늘렸다.

홈플러스도 연간 계약과 산지 다변화, 사전 수매 등 전략을 통해 가격 상승 최소화에 나섰다. 특히 냉장 수입고기 대비 상대적으로 강달러 영향이 적은 독일·스페인산 냉동 삼겹살 물량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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