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에 삼발이 커버를 끼운 채 조리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을 켠 지 불과 3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농도까지 치솟은 사례도 있었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삼발이 커버 5종을 구입해 연소 실험을 진행한 결과 4종 제품이 3분 내로 200ppm 이상 일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두통, 판단력 저하, 의식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치다. 그중 1종은 1만2800ppm까지 도달했다. 기준치의 60배를 넘는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단 몇 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불꽃을 모으는 장치, 산소를 막는 구조
삼발이 커버는 불꽃 방향을 조정하거나 바람을 막기 위한 보조 장치다. 하지만 구조상 가스불과 조리도구 사이 산소 흐름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연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한다.
실험은 환기가 거의 없는 밀폐 환경에서 진행됐다. 조리도구 위에 포집기를 설치하고 삼발이 커버를 장착한 뒤 가스불을 켰다. 3분도 되지 않아 대부분 제품에서 위험 수치가 측정됐다.
소비자원은 “실험 조건이 일반적인 가정환경과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삼발이 커버가 구조적으로 연소에 필요한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 CO 농도 | COHb수준 |
징후 및 증상 |
| 35ppm | <10% | 지속적으로 노출시 6~8시간 이내 두통과 현기증 |
| 100ppm | >10% | 2~3시간 후 약간의 두통 |
| 200ppm | 20% | 2~3시간 이내에 약간의 두통과 판단력 상실 |
| 400ppm | 25% | 1~2시간 이내의 전두통 |
| 800ppm | 30% | 45분 이내 현기증 및 메스꺼움, 경련. 2시간 이내 무감각 |
| 1600ppm | 40% | 20분 이내 두통, 빈맥, 현기증, 메스꺼움. 2시간 이내에 사망 |
| 3200ppm | 50% | 5~10분 이내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30분 이내에 사망 |
| 6400ppm | 60% | 1~2분 안에 두통과 현기증, 경련, 호흡정지 및 20분 이내 사망 |
| 12800ppm | > 70% | 3분 이내 사망 |
한약 끓이다, 사골 끓이다…모두 같은 결말
실험 결과는 현실에서도 반복됐다. 2023년 9월, 삼발이 커버를 장착한 가스레인지로 한약재를 끓이던 중 2명이 숨졌다.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됐다. 같은 해 12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골을 끓이던 중 2명이 사망했다. 두 사건 모두 삼발이 커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소비자원은 가스레인지 제조사 7곳에 부품 사용 시 주의 문구를 명확히 표기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도 부품 판매 시 소비자에게 사용상 주의사항을 반드시 안내하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모든 커버가 위험하다
삼발이 커버의 위험은 제품 품질과 무관하다. 구조 자체가 산소 흐름을 차단한다. 가스레인지 제조사에서 제작한 정품이 아닌 시중 제품을 사용할 경우 언제든 불완전연소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전국 도시가스 사용자에게 삼발이 커버의 위험을 알리기로 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제조사 외 부품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환기 안 하면 생명 위협…커버 사용 피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다. 인지하기 어려운 만큼 더욱 위험하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땐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한다. 삼발이 커버 같은 보조 장치는 사용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
온라인에는 삼발이 커버가 여전히 판매 중이다. 화력을 집중시켜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문구가 붙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조상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일산화탄소가 단시간 내 급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다. 조리 중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 선택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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