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4·3 유전자'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역사적 비극을 수업 분위기 전환용으로 언급한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 A여고는 11일 공식 홈페이지에 학교장 명의의 입장문을 게재하며 "최근 본교 통합사회 수업 중 있었던 교사의 발언과 관련해 학생, 학부모님과 지역사회, 교육 공동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학교 입장문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4일이 아닌 지난달 초 통합사회 수업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과 교사가 학기 초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자 '제주도는 옛날부터 말을 하면 잡혀가서 그 유전자가 각인된 것 같다', '4·3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등의 발언을 들었다는 학생 진술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교사와의 면담과 진술서를 통해 해당 발언이 "첫 수업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음"을 확인했으나,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방식에 있어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제주 4.3 관련 발언이 있었던 건 기억하나 DNA, 유전자, 각인 등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흐리거나 엇갈리기도 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학생은 발언을 듣고 '불편함'이나 '의아함'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며, 다수의 학생은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조심했어야 할 표현이었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3학년 학생들은 '4·3유전자란 무엇입니까?'라는 대자보를 게시해 교사의 발언에 항의했고, 이후 외부에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수업 중 사용하는 언어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교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교사에게는 해당 사안의 엄중함을 경고했다"며 "4.3 평화공원 견학, 4.3 계기 교육 등 매년 교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권 및 역사 감수성 교육을 전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더욱더 내실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이번 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교육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되새기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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