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제철을 맞았지만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봄마다 수산시장을 수놓던 풍경은 자취를 감췄고, 소비자들은 망설이고 있다.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수온 저하로 꽃게가 들어오지 못했고, 어획량은 뚝 떨어졌다. 풍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가격 2배 뛰었다…태안산 암꽃게 1kg에 5만 원 넘겨
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 경락시세 기준 충남 태안산 대형 암꽃게 1kg 평균 가격은 5만3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날 2만63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1.5% 오른 수치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 평균 가격도 4만6300원이었는데, 이 역시 지난해 대비 56.9% 상승한 수준이었다. 4월 들어 가격이 더 가파르게 치솟은 셈이다.
꽃게는 4~6월이 암컷 제철이다. 숫꽃게는 9~11월이 피크다. 제철임에도 공급이 부족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수산시장 곳곳에서 “올해는 너무 비싸서 사가질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어획량 82.8% 급감…3월 위판량 76t에 불과
가격 폭등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3월 서해지역 꽃게 위판량은 76t. 1년 전 같은 시기 441t에 비해 82.8% 줄었다. 사실상 씨가 마른 수준이다. 작년과 비교해 5분의 1도 되지 않는 양이다. 시장에 풀릴 물량 자체가 적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어획량 감소의 직접 원인은 바다 수온 저하다. 꽃게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보통 겨울엔 먼바다로 빠져나가 월동한 뒤 수온이 오르면 연안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올해는 수온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꽃게가 접근하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서해 연근해 표층수온은 지난해보다 낮은 상황이다. 서해로 유입되는 황해난류가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정작 해안가의 수온은 낮았다.
인천항 연안 수온은 9.2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날엔 10.8도였다. 1.6도 차이지만 꽃게의 행동 패턴엔 큰 영향을 줬다.
유생 개체수도 줄어…강수량까지 악조건
겨울철 유생 분포밀도도 낮았다. 알에서 부화해 바다로 퍼지는 유생 개체 수는 꽃게의 생산량을 좌우한다. 이번 월동기에 확인된 유생 개체 수는 1000㎥당 2만7220개체. 전년 같은 기간의 3만1494개체에 비해 13.6% 줄었다.
강수량도 변수였다. 꽃게 산란기인 5~9월 동안 강수량이 많으면 해양에 영양염이 풍부해진다. 지난해 5~12월 강수량은 8566㎜. 2022년 같은 기간의 1만2466㎜와 비교하면 31.3% 적었다. 환경 조건 전반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연안 수온, 유생 밀도, 강수량. 세 가지가 동시에 나빠지면서 꽃게의 봄 조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조업 시기도 변수다. 4월 초 어장 정비와 그물 설치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조업은 중순 이후로 미뤄진다.
5년 평균 대비 반토막 예고…회복은 더디다
수산과학원은 올봄 꽃게 어획량이 최근 5년 평균 5152t과 비교해 60~10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어획량 8880t보다는 35~5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망도 밝지 않다. 수온이 갑자기 오르지 않는 이상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4월 중순 전까진 조업 여건이 불안정하다”며 “수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속이 탄다. 제철 꽃게를 잡지 못하면 생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격이 부담돼 장바구니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다. 풍성해야 할 봄철 수산시장이 조용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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