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를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정책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12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정부 부채는 36조22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GDP 대비 122.3%에 달하며, 공공부문 부채만 약 27조달러에 이른다.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오는 2055년까지 미국 정부 부채가 GDP 대비 약 156%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채 수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7일 연 3.8%대까지 하락했다가 9일 장중 4.5%대까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국채 수요가 위축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홍지연 연구원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에 갖는 의심의 시작은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위험회피에 미칠 영향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구조에서 소비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관세 정책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오히려 내수가 위축돼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세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발상이 지속될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만 9조달러가 넘는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롤오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유예 결정이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미국채 금리가 치솟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한 방향과 다른 흐름”이라며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선 국채 금리가 낮아지길 원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관세 정책이 가져올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의회 발언에서 물가와 고용에 대한 균형적 접근을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은 국채 금리 하락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축소해온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2024년 1월 기준 7977억달러에서 올해 1월 7402억달러로 줄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 최근 10년물 미국채 금리 발작이 중국의 국채 매도에 기인했다는 관측이 있는데, 트럼프의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중국을 제외한 조치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가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는 중국을 핸들링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식시장 하락을 감수하며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국채 수급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M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전체 정책 기조에서 증시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린 양상”이라며 “관세 정책을 통해 재정 수지를 보완하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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