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매입해 상가·카페로 변신…반짝인기 후 결국 폐업
"외부 주도·낮은 접근성 해결해 지속가능성 찾아야"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쇠퇴한 지역을 재창조해 도시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도시재생은 지방소멸의 핵심 대안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사람 중심의 마을을 조성하거나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한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전북 전주의 '팔복동 빈집재생사업 수다가든'처럼 반짝인기를 얻었다가 15개월 만에 문을 닫는 '실패한 도시재생' 사업도 더러 있다.
◇ 한때 방문객 몰렸는데…15개월 만에 식당·카페 영업 종료
햇살이 따듯했던 지난 11일 찾은 전주시 팔복동 수다가든 일대는 한적했다.
이따금 골목에는 허리를 굽힌 채 찬찬히 지나가는 어르신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전주시는 2023년 여름 '팔복동 그린신복마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일대 빈집 4개를 리모델링했다.
카페와 음식점 등 네 곳(수다가든 프로젝트)이 동시에 문을 열면서 주변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30분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지만, 현재 상가에는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유리문 안으로는 종이컵 등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가 하면 전선이 뽑힌 채로 널브러진 곳도 있었다.
밝고 푸른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가게 주변에 심어진 대나무는 제때 관리되지 않은 탓인지 우중충한 갈색으로 변해 있기도 했다.
이 인근에서 40년 가까이 살았다는 한 주민은 "음식점이 막 문을 열었을 때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손님이 점점 줄어들더니 금방 문을 닫아버렸다"며 "당시 공사 소음이 시끄러웠어도 '동네에 좋은 일이 생기나 보다'하고 참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전주시는 공장배후지인 팔복동 신복마을에 버려진 빈집들이 많아지자 마을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2021년부터 529억원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23억원이 투입된 돌봄방앗관(도시재생 거점시설)과 28억원을 들인 그린숲도서관은 현재 조성 중이다.
수다가든에는 시비 22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MBC에서 수다가든의 설계와 인테리어 등을 담은 'MBC 빈집 살래 3 in 전주'가 방영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전주시는 '낡은 빈집이 마을 상권 활성화를 앞당기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떠들썩하게 문을 열었던 수다가든은 15개월 만에 임시 휴업했다.
수다가든 바로 옆에 사는 김모(70대)씨는 "1970년대를 전후해 속옷 공장이 밀집한 팔복동에는 사람들이 참 많이 살았다. 여기가 전주 경제의 중심지였다"며 "이후 쇠락한 동네가 도시재생사업으로 복작복작해져서 좋았다.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는 무언가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 외부 주도·낮은 접근성 문제…"지역 주민 끌어안을 방법 고민"
팔복동 수다가든 실패 원인으로는 주민 참여 부족과 낮은 접근성 등이 꼽힌다.
전주시는 이 사업을 공간 제작 전문기업인 A사에 '공유재산 사용 허가 관리' 방법으로 운영을 맡겼다.
시가 빈집을 매입하고, A사가 5년간 연간 5천여만원의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 업체 역시 수다가든 조성에 1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하지만 타지역에서 온 A사는 지난해 8월 전주시에 매출 하락을 이유로 영업 중단 의사를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공유재산 관리에 관한 조례 등을 보면 해당 기업이 1∼2개월 전에 신청할 경우 운영을 취소할 수 있다"며 "이 업체는 이달까지 집기와 비품을 정리한 뒤 식당과 카페를 폐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주도해 도시재생을 이끌다 보니 지속성 역시 전적으로 '외부인의 뜻'에 달렸다.
게다가 인근 지역과의 연계는 도시재생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팔복동 수다가든은 주변 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전주의 주요 관광지인 한옥마을과 6.7㎞ 떨어져 있는 데다가, 미술관이 들어선 인근의 팔복예술공장을 가려도 해도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15분가량을 걸어야 한다.
이국 전주시의원은 "도시재생지역이 주택가 안쪽에 숨어 있는 형국이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어려웠다. 방송을 보고 호기심에 한 번 찾아왔더라도 재방문하지 않은 것"이라며 "전주의 유명 관광지와 연계하려고 해도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았다"고 진단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단 폐업한 식당과 카페 건물을 임대할 운영자를 찾아본 뒤 여의찮으면 다른 용도를 고민해볼 계획"이라며 "쇠퇴한 빈집을 매입해 동네에 활력을 일으킨다는 도시재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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