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 연구 책임자인 조르주 사라벨로스는 4월 9일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긴장이 "철저한 금융 전쟁"으로 격화될 수 있으며, 세계 금융 시스템이 전례 없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라벨로스는 이날 고객에게 발송한 보고서에서 현재 글로벌 시장은 주식, 달러, 미국 국채를 포함한 모든 미국 자산이 동시 하락하는 '시장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형태의 시스템 리스크에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달러 자산에 대한 전 세계적 신뢰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달러 자산을 사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도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질서 있는 탈달러화가 아니라 혼란을 동반한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이 무역 전쟁을 가속화했으며, 현재의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 전면적인 금융 전쟁 가능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들이 시장에 미국 국채 매도를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사라벨로스는 베이징이 자국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시사하면서도 달러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화폐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음 단계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정부 및 민간 부문의 자산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금융 전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패권 경쟁을 넘어서 전 세계 경제를 잠식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달러 자산의 보유자뿐만 아니라 부채자도 손해를 입을 것이다. 결국 패자는 세계 경제 전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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