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의 등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재무제표 외에도 기업의 친환경 노력,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낮은 등급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특히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투자 배제 대상이 되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유무형의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D'등급에서 탈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ESG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ESG 'D'등급에서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 사례를 조명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건설업계의 친환경 리더로 거듭나고 있는
ESG 평가에서 드러난 국내 기업 양극화, 절반이 'C·D' 등급권
국내 기업 간 ESG 경영 수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최상위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는 동안,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ESG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ESG 경영의 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해 S부터 D등급까지 공시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4년 ESG 평가 결과에 따르면, 평가대상 기업 중 무려 49.2%가 C등급(181개사, 22.8%)과 D등급(210개사, 26.4%)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S) 영역에서는 D등급을 받은 기업이 전년 대비 57개사나 증가한 251개사로 나타나 국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환경(E), 지배구조(G) 영역에서는 소폭이나마 개선 추세를 보였다.
환경 부문은 C등급 기업이 전년 대비 18개사 감소한 225개사, D등급 기업이 9개사 감소한 165개사로 집계됐고, 지배구조 부문은 C등급 기업이 전년 대비 7개사 감소한 193사, D등급 기업이 3개사 늘어난 155개사로 나타났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중위권 기업들의 ESG 경영 체계 강화와 전반적인 ESG 수준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ESG 평가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기업 108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7.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평가시장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과반수인 52.4%가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기업들은 국내 ESG 평가기관의 주요 문제점으로 '평가체계 및 기준, 가중치의 미공개(64.0%)',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 부족(46.0%)' 등을 지적했으며, 응답기업의 85.0%는 평가기관 내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팀장은 “2023년 9월 ESG 평가기관이 지켜야할 가이던스가 나왔지만 기업들은 평가사의 낮은 신뢰성과 평가 대응역량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EU는 ESG 평가시장을 감독당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ESG 평가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DC랩스, 'D등급' 오명을 벗고 'B등급'으로 도약...김성은 대표의 ESG 승부수
ESG 양극화 추세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HDC랩스다.
HDC랩스는 HDC아이콘트롤스가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한 뒤 2021년 12월 새롭게 출발한 기업으로, 친환경 빌딩 솔루션(IBS), 홈 네트워크, 방범 및 방재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HDC그룹 계열사다.
김성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 기업은 최근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ESG 양극화 추세 속에서 반전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HDC랩스는 2021년 'B등급'에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하위등급인 'D등급'으로 하락했다가, 2024년 다시 'B등급'으로 회복했다.
특히 사회(S) 부문에서는 최하위 'D등급'에서 최상위권인 'A등급'으로 급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HDC랩스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21년은 합병 전이라서 아이콘트롤스 시절 받은 등급이고 합병이후 1~2년은 체계 정비중으로 제대로된 활동이나 대응을 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뉴스락>
HDC랩스가 가장 큰 성과를 보인 사회(S) 부문에서는 근로자의 다양성 확보에 주력했다.
2023년 기준 총 5,418명의 임직원 중 여성 임직원 비율이 41.2%에 달하며, 장애인 99명과 외국인 25명을 고용하는 등 포용적 고용 정책을 펼쳤다.
또한 육아휴직 사용자의 복귀율과 고용 유지율이 100%를 기록하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지원도 강화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노력도 사회 영역 등급 상승에 기여했다. HDC랩스는 매년 'Best Partner Day'를 개최해 최우수 협력사를 포상하고, 직무역량개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는 CS하자보수 업체를 대상으로 협력업체의 사회적 책임 이행 지원을 위한 ESG 교육을 최초로 시행했으며, 2025년에는 건설분야 협력업체까지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환경(E) 부문에서는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소폭 상승했다. HDC랩스는 2024년부터 환경경영 목표와 전략, 과제 등을 포함한 환경경영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했다.
환경부 산하 비영리 법인 E순환거버넌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적극 추진했다.
생물다양성 보존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HDC랩스는 국가보호종 식물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사옥 플랜터에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인 두메부추 100본과 미선나무 5주를 식재했다.
친환경 제품 구매 비율이 2023년 57%에서 2024년 95%로 대폭 상승했으며, 환경친화적 자동차 10대를 보유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위한 발걸음을 꾸준히 이어갔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도 'D등급'에서 'C등급'을 거쳐 'B등급'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HDC랩스는 홈페이지를 통한 적극적인 ESG 공시로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고, 의결권 행사 현황 등 정보 공개 및 기업 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통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확대했다.
2023년 9월에는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고 사후 심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공정거래 관련 정책을 공개하고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내 ESG 경영 양극화 현상, 중소·중견기업이 나아갈 길은?
HDC랩스가 보여준 ESG 경영 혁신은 양극화되고 있는 국내 기업 ESG 환경에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간에 ESG 등급 상승을 이룬 HDC랩스 사례는 경영진의 의지와 체계적 접근이 결합될 때 ESG 경영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자원순환 캠페인과 같은 작은 실천이 모여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김성은 HDC랩스 대표의 발언은 기업이 지향하는 ESG 경영의 핵심 철학을 잘 보여준다.
다만 ESG 등급 상승이 즉각적인 경영 성과나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HDC랩스 관계자는 "ESG 등급 상승으로 인한 당장 직접적인 이점은 없다"면서도 "향후 수주 참가 기회가 넓어지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ESG 등급 상승이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기업 가치와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HDC랩스는 일회성 평가가 아닌 ESG 경영의 체계적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HDC랩스 관계자는 "2025년 체계적이고 내재화된 ESG 경영 도입을 목표로 자체 진단을 통해 ESG 수준을 평가하고, 사업 특성을 고려한 추진체계를 구성하며, 2025년 하반기에 ESG 경영을 공식 선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C랩스의 성공적인 ESG 경영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기업 전반의 ESG 경영 수준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성과를 내는 반면, 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뉴스락>"잘하는 기업들이 더 잘하고 투자하는 반면, 하위기업들은 관심 부족으로 정체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ESG 경영을 시작하는 기업들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먼저 ESG 마인드를 세우고, 사회(S) 영역부터 시작해 환경(E), 거버넌스(G)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SG는 최고경영자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하위등급 기업들이 이를 비용이나 규제로만 인식하지 말고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가장 먼저 필요하며,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중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HDC랩스 사례에 대해 "ESG 등급 상승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활동으로는 어렵다"며 "내·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체계적 관리가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ESG 평가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 교수는 "국내 평가기관 간 기준 불일치로 인해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평가기준 공개 ▲일관성 확보 ▲기업 정보 제공 확대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을 제안했다.
그는 "ESG 평가가 신뢰 기반 시장 신호로 기능하려면 평가기관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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