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매워졌다… 40년간 몰래 한국인을 단련시킨 '한국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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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매워졌다… 40년간 몰래 한국인을 단련시킨 '한국 라면'

위키푸디 2025-04-11 17:07: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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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자료사진. / yllyso-shutterstock.com
신라면 자료사진. / yllyso-shutterstock.com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40년 간 한국인을 단련시킨 신라면”이라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의 ‘매운맛 척도’가 망가져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이 글은 그 원인을 신라면에서 찾는다. 한국인의 매운맛 내성이 사실상 신라면을 통해 길러졌다는 주장이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1986년 출시 당시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1300 수준으로, 풋고추보다도 약한 정도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전혀 맵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전엔 먹을 만했는데, 지금 먹으면 묘하게 맵다. 누군가는 “나이 들어서 맵찔이 됐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상하게 매워졌더라”고 반응한다.

기준이 된 신라면, 그리고 조용한 변화

신라면 자료사진. / Kevin Chen Images-shutterstock.com
신라면 자료사진. / Kevin Chen Images-shutterstock.com

알고 보면 신라면이 조용히 변해왔다. 불닭볶음면, 엽기 떡볶이처럼 자극적인 음식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입맛도 변했다. 자극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신라면의 매운맛도 점차 강해졌다. 2015년엔 2700스코빌 수준까지 올랐다. 지금은 3400. 불닭볶음면보다 맵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농심은 스코빌 수치 자체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신라면은 애초에 고춧가루만으로 매운맛을 낸 제품이 아니다. 마늘, 생강, 후추 등 다양한 재료를 다져 국물에 넣었다. 전통 한식 국물의 매운맛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래서 단일 수치로 설명하기 어렵고, 공식적인 스코빌 수치도 따로 남겨놓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 과정도 간단하지 않았다. 농심은 1980년대 안성 스프 공장에서 수많은 고추 품종을 테스트했다. 하루에 20번 넘게 국물을 마시며 비교했고, 스프에 어울리는 면도 200여 종을 시도했다. 라면 이름에 ‘매울 신(辛)’ 자를 넣은 것도 매운맛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시도였다.

변하지 않은 포장, 변해온 매운맛

신라면 자료사진. / springvember-shutterstock.com
신라면 자료사진. / springvember-shutterstock.com

출시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3개월 만에 30억 원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80억 원을 넘어섰다. 1991년엔 라면시장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24년 기준, 신라면의 소매점 매출은 3836억 원. 봉지라면 중 1위다.

신라면의 라인업도 계속 늘고 있다. 기본 신라면 외에 블랙, 건면, 볶음면, 더 레드, 툼바 등이 있다. 툼바는 생크림과 체더치즈, 파마산치즈를 섞은 매운맛 제품으로, 출시 4개월 만에 2500만 봉지가 팔렸다. 농심의 최고 히트작이 됐다.

그럼에도 신라면 패키지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14년에 한 차례 리뉴얼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다. 오랫동안 같은 모습, 같은 이름, 비슷한 맛으로 소비자 곁에 있었지만 그 안의 매운맛은 천천히 강해졌다.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던 이유다.

매운맛을 잘 견딘다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그런데 그런 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오랫동안 식탁에 머물던 신라면이 어느새 익숙한 기준이 돼 있었다.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조금씩 높아진 매운맛. 그 속에서 입맛도 함께 바뀌었다.

신라면 자료사진. / aniejasin-shutterstock.com
신라면 자료사진. / aniejasi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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