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사건 ‘공소권 없음’ 논란…“성폭력 실체, 묻혀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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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사건 ‘공소권 없음’ 논란…“성폭력 실체, 묻혀선 안 돼”

투데이신문 2025-04-11 16:47: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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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故)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발인식.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故)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발인식.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성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고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경찰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피의자 사망 시 수사를 종료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여성계를 중심으로 경찰이 장 전 의원 사건을 종결 처리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장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울 강동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부산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장 전 의원 사망 이후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장 전 의원이 사망해서 조만간 공소권 없음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에 의하면 피의자가 사망할 시 경찰은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이에 장 의원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9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구체적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5년 11월 18일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9년이라는 시간 끝에 고소를 결심했다. 문자메시지, 사진과 동영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피해 직후의 상담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했으며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

피의자인 장 전 의원 역시 지난달 28일 경찰 소환조사에 응했다. 수사기관은 고소인 진술조서를 비롯해 피의자 진술, 확보된 여러 증거들을 토대로 이 사건의 혐의에 대한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하지만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기로에 놓였다.

피해자 이윤슬(가명)씨는 지원단체를 통해 “10년 동안 이 사건을 스스로 감내하며 마침내 용기를 냈지만 고소 전과 지금의 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랜 시간 동안 이 사건을 신고하지 못했던 이유는 가해자의 막강한 권력과 제왕적인 사고에 짓눌려 두려움에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의 사망이 면죄부가 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이 이대로 수사종결 될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낼 기회조차 사라질까 우려스럽다. 사망했더라도 수사로 확인된 사실을 발표해 사회적인 엄벌에 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고(故)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지난 9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고(故)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제공=한국성폭력상담소]

이들 단체는 “경찰이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이는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거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막기도 어렵다”며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실체가 묻힐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이 수사 단계에서 사망한 경우 ‘형벌’의 대상자가 존재하지 않은 바, 기소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가능하고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울지방경찰청을 향해 현재까지 수사한 장 전 의원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 조사 결과를 수사결과보고서에 기록하고 공식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단체는 지난 7일부터 36시간 동안 개인 및 단체로부터 받은 긴급 연명 1만1626건을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탄원 형식으로 접수했다.

이처럼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전개돼 왔다. 앞서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도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으며 2018년에는 배우 조민기의 사망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성폭행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끝을 맺었다. 

수사기관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하게 되면 방어권이 소멸된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피해 회복을 외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피의자의 사망이 곧바로 수사 종료로 이어질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핵심 책무 중 하나인 ‘실체적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피의자를 직접 수사했던 수사관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치유와 권리 보장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피의자의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대 행정학과 한민경 교수는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한 공소권 없음 수사종결 관행에 대한 고찰(2022)’ 논문에서 “내사단계에서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목적으로만 내사를 진행하고 수사단계에서는 범죄 사실 파악이 추가적인 수사에 필요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경우, 피해자 혹은 피의자 측이 수사에 대한 공개를 요청했을 경우 등 세 가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개선방안으로는 △영국의 피해자 재심의 요구제 △경찰수사규칙 및 입건 전 조사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 개정 △경찰수사심의위원회 활용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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