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피로가 일상이 된 시대다. 몸은 일상에 적응했지만 마음은 과부하 상태다. 경제 불안, 사회 갈등, 넘쳐나는 정보와 관계 피로가 일상 모든 순간에 감정을 소진시키고 있다. 단지 기분이 가라앉는 정도를 넘어서, 국민 다수가 하루를 견디는 감정 자체에 지쳐가고 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40.9%)이 하루 중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으로 '무기력감·피로감·지침'을 꼽았다. 다음으로 '불안·걱정·긴장'(30.6%)과 '평온함·안정감·만족감'(29.8%)이 뒤를 이었다. '기쁨·설렘·기대감'(19.1%), '분노·짜증·답답함'(15.4%), '외로움·우울함·공허함'(14.4%)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 가운데,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 소진 경험이 더 잦았다. '무기력·피로감·지침'은 여성 43.8%, 남성 38.1%로 나타났고, '불안·걱정·긴장'도 여성 33.1%, 남성 28.1%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심각했다. 무기력을 느낀다는 응답이 51.6%에 달했고, 불안·걱정·긴장 역시 40대(35.1%)와 20대(34.4%)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감정을 소모시키는 요인으로는 예상치 못한 문제(21.0%), 해야 할 일의 압박(20.6%), 그리고 뉴스나 사회 이슈 접촉(14.4%)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뉴스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게 나타났다. 뉴스에 대해 '화가 난다'(24.7%), '걱정되고 무겁다'(24.4%), '감정 피로 때문에 멀리하고 싶다'(24.2%)는 응답을 합치면 73.3%에 달한다. 반면 '습관적으로 본다'(14.0%)나 '유익하다'(6.2%)는 응답은 소수였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별 감정 소비 방식의 차이다. 뉴스에 대해 '화가 난다'는 응답은 60대가 34.5%로, 20대(18.1%)의 두 배에 가까웠다. 반면 '감정 변화 없이 습관처럼 본다'는 20대가 25.0%로, 40대(8.6%)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연령에 따라 감정을 마주하는 방식이 다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 피로를 사람들은 어떻게 회복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선택된 회복 방법은 '휴식(잠, 멍 때리기 등)'으로 전체 응답자의 52.4%가 선택했다. 이어 '콘텐츠 소비(유튜브, OTT, 게임 등)'(46.6%), '산책·러닝 등 자연 활동'(38.2%)이 뒤를 이었다. 콘텐츠 소비는 특히 20~40대에서 50% 이상을 기록했지만, 60대는 27.9%로 확연히 낮았다. 연령대에 따라 회복 방식도 다른 셈이다.
문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루에 30분도 확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11.9%였고, 특히 20대(14.7%), 30대(13.1%), 40대(12.5%)에서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집중된 세대일수록 감정 회복의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경제적 여유와 생계 안정'(38.4%)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에너지 회복과 감정 안정을 위한 휴식'(22.4%), '삶의 의미를 위한 성취감'(13.3%)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1.5%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40대(28.9%), 50대(24.8%)에서 이 응답 비율이 높아, 중장년층의 정서적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피앰아이 측은 "감정 피로는 단순히 기분 문제를 넘어서 정신 건강과 연결되는 구조적 이슈"라며 "개인의 회복 루틴과 함께 사회 차원의 정서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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