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한국 자산가 1위라는 명색이 무색하게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둘러싼 논란을 키운 양상이다.
기습적인 회생신청에 따른 비판에 사재 출연 카드를 내놨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데다 사태를 단순히 잡음으로 치부한 인식이 화를 키웠다.
당국과 국회까지 나서 김 회장에게 세부 변제안을 요구한 가운데 여전한 무반응에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들은 고소에 나섰다.
자산가 1위…사재출연엔 자린고비
사재출연에 인색한 김 회장은 한국 자산가 1위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98억 달러(한화 약 14조2550억원) 자산을 소유한 김 회장을 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을 제친 국내 1위 자산가로 선정했다.
정치권이 김 회장에게 요구한 사재출연 규모는 약 2조원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ABTSB에 가입했지만 갑작스런 기업회생 절차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김 회장이 최소 1조원 규모를 사재출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홈플러스에 사재를 증여한 정황은 전날 뒤늦게 밝혀졌지만 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으로 조달할 600억원을 김 회장이 직접 보증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사재출연을 통해 이달까지 미지급된 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에 대해서는 정산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ABSTB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잡음?…당국 강도 높인 압박
홈플러스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 MBK는 홈플러스에 대한 충분한 자구 노력 없이 무책임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행보로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MBK가 적극적으로 사태를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무했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신청됐을 때도 홍콩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MBK 부회장을 겸하는 홈플러스 김광일 공동대표가 증인 자리를 대신하며 사재출연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말뿐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주주 서한에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언론에 약간의 잡음을 일으켰다(The Homeplus rehabilitation generated some noise in the press)’고 표현했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 관련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커지는 잡음…ABSTB 피해자들, 고소장 제출
잡음은 사실상 김 회장이 초래했다고 피해자들은 지적했다. ABSTB 피해자들은 11일 김 회장과 홈플러스 김광일·조주연 대표, 이성진 전무 등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피해자들은 지난 3일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그리고 홈플러스가 계속 사태 해결에 성의 있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피해자 모두와 함께 고소고발장을 11일 서울 중앙지검에 제출해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ABSTB 비대위 이의환 실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를 다 만들어놓고 쥐꼬리만큼 사재출연 해서는 사재출연이라고 볼 수 없기에 (이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자구책이 아닌 회생 개시 결정을 잘하기 위해서 납품업체 소상공인들에게 돈을 좀 주고 법원에 밉보이지 않으려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이 애초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홈플러스) 노동조합에게 1조원을 출연한다 했는데 10년 동안 안 지켰다”라며 “(피해자들은) 일단 1조원이라도 김 회장이 사재출연 해서 약속부터 지키고 추가적으로 더 하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더리브스는 MBK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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