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 악화로 금융기관이 PF대출을 해주면서 공적 금융기관의 보증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강화되고 있다. 다만 민간 금융기관의 PF보증 규모는 리스크 관리 강화에 감소하는 추세다.
◇ 보증 문턱 낮췄더니…PF보증 목표 늘리는 족족 없어져
정부는 작년말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HUG·HF의 PF보증 목표액을 35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했는데 불과 석 달도 안 돼 목표액 대부분이 취급됐다. HUG는 목표액 22조원 중 3월말 21조 6000억원이 공급돼 목표 대비 98%의 공급률을 기록했다. HF는 2022년 10월부터 설정된 목표액 18조원 중 2월말 현재 14조원을 공급했다.
HUG의 PF보증 규모는 2023년까지만 해도 연간 5조 7000억원이었으나 2024년엔 13조 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1조 6000억원 가량의 PF보증이 취급됐다. 이는 HUG가 보증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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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는 2022년말 PF대환보증·미분양 대출보증을 신설하고 PF보증 채권기관을 확대했으나 2023년 1~3분기까지 PF보증액은 분기별로 1조원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2023년 10월부터 PF보증 한도를 총 사업비의 50%에서 70%로 확대하고,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른 PF보증 제한을 폐지(당초 500위 이내)하면서 PF 보증액이 급증했다. 또 HUG는 보증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공사가 자금을 선투입한 사업장에 대해서만 보증을 하는데 시공순위 100위 이내 시공사(건설사)에 대해선 필수 선투입금액을 낮췄다. 선투입금액을 ‘사업부지 매입비의 2%와 총사업비의 10%’ 중 큰 금액에서 ‘사업부지 매입비의 1%와 총사업비의 5%’ 중 큰 금액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렇게 보증 요건을 완화하자 2023년 4분기엔 PF보증이 2조 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작년 4분기엔 무려 5조 7000억원이 취급됐다. 작년 2월 PF보증 한도를 총 사업비의 80%로 확대하고, 하향 조정된 선투입금액 요건을 시공순위 200위 이내 건설사에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영향이다.
그 결과 HUG의 PF보증을 받은 건설사가 늘어났다. HUG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PF보증이 취급된 사업장 96개 중 시공순위 20위 이내 대형 시공사의 취급 건수는 28%에 그쳤다. 3분의 2 가량이 시공순위 20위권 밖 시공사 사업장에 PF보증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HUG 관계자는 “2023년 10월부터 기존 시공순위 요건을 폐지하면서 중·소형 건설사도 PF보증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HF는 작년 건축공사비 플러스 PF보증, 시공사 부실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특례보증 등의 상품을 출시해 사업성은 양호하나 단기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장 등에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 민간은 보증 축소…PF보증 시장, 공적금융기관 의존도 높아져
부동산 경기가 수 년 째 악화하면서 민간 금융기관에서 PF대출을 할 때 공적 금융기관의 보증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강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강원도시개발공사의 레고랜드 PF 채무불이행) 이후로 사실상 1금융권에선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갖고 와야 대출을 해준다는 말이 돌 정도로 신용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엔 보증서만 있으면 PF대출이 나오는 데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엔 보증서가 있어도 대출이 쉽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반면 민간 금융기관의 PF보증은 리스크 관리 강화로 감소하고 있다. 은행·증권·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PF 채무보증은 2023년말 95조 5000억원에서 작년말 74조 2000억원으로 21조 3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PF 익스포저(Exposure·위험 노출액)도 같은 기간 231조 1000억원에서 202조 3000억원으로 28조 8000억원 쪼그라들었다.
PF보증 시장은 HUG·HF 등 공적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부에선 PF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PF보증 수요가 있으면 목표액을 초과해서 보증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HUG는 자본금의 90배 이내(540조원)에서 보증잔액을 관리하도록 돼 있어 사고만 안 나면 문제가 없다”며 “수요가 있으면 목표액을 넘어 보증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나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그 부실이 협력 건설사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방 일자리,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기도 하다.
다만 이보미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민간 금융기관들이 PF보증을 안하는 분위기라서 공적 금융기관들이 나서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라면서도 “너무 한 시점에 특정 지역에 보증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위험 관리 측면에선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심리에 의해 좌우되다보니 옥석을 가리기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보증이 이뤄지고 있다”며 “PF보증을 통해 이 시기를 잘 넘긴다고 해도 산업의 건전성이 좋아지는 효과는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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