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관세전쟁] 美 채권시장 ‘위기’에 상호관세 유예?…환율 급락 영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발표 효과로 하루 만에 40원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유예 발표 배경에 대해 미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원‧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인 1484.1원 대비 38.1원 하락한 1446원에 출발했다. 전날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환율이 장중 1487.3원대 후반까지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40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17일 39.6원 내린 이후 최대 낙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0시1분부터 국가별로 차등을 둔 상호관세를 발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날 환율이 급등했다가, 이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 관세만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하면서 환율이 급락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조치에 대해 “75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 상무부, 재무부, USTR을 포함한 미국 대표들에게 무역, 관세, 환율조작, 비관세 무역장벽 등에 대한 해결책을 협상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며 “이 국가들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상호 관세 유예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투자 심리가 커질 것으로 보고 환율이 144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쌍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증시 반등이 예상되며, 지난달 중순 나타난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재개될 가능성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환율 지속이 일단락되면서 수출업체의 추격 매도 물량도 유입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안전통화로 이동했던 자금이 다시 평가 절하된 위험통화 위주로 유입되며 환율도 야간장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수급상으로 봐도 장중 추가 하락 압력이 우위를 보일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오전 1446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날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이날 오후 3시 기준 1460.20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유예 배경에 대해 국채 수익률 급등을 꼽고 있다. 관세 정책 발표 후 10년물 국채금리가 4.5% 넘게 치솟았고,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4.89%까지 상승했다. 채권은 가격과 수익률이 반비례하고 투자자들이 채권을 많이 살수록 가격은 높아지고 수익률은 낮아진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미 국채 가격이 오르는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 발표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에도 미 국채를 내다파는 현상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에 대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 주식과 국채가 동반 폭락한 것이다.

실제로 상호관세 발표 직후 아시아 주요 거래시간대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4.5%를 넘기며 20bp 이상 올랐다. 채권 수익률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은 폭락하고 많이 팔아치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채권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9일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한 직후 “채권시장을 주목하고 있었다”며 “어젯밤 불안해하는 것을 봤다. 지금 채권시장은 아름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