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모태’까지 내놓은 애경···체질 바꾸는 ‘생존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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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모태’까지 내놓은 애경···체질 바꾸는 ‘생존형 재편’

이뉴스투데이 2025-04-10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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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사옥.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 사옥. [사진=애경산업]

[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비누와 세제로 출발한 애경그룹이 모태 기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소비재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내려놓게 됐다. 유동성 위기 대응을 넘어 화학·항공 중심의 산업 구조로 체질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각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약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은 1954년 비누와 세제 등을 만들던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에서 출발했다. 1985년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분리해 애경산업을 설립했고 영국 유니레버와 손잡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애경산업은 오랫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K뷰티 열풍의 주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애경그룹은 항공, 화학, 생활용품·화장품, 유통 등 네 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는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애경산업, AK플라자 등이다. 애경산업은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온 계열사다. AK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애경산업만 4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00억원 감소한 데다 270억원의 이익을 냈던 2023년과 달리 지난해 8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도 고환율 여파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고 AK플라자의 당기순손실은 659억원으로 확대됐다.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돼 왔다. 지난해 AK홀딩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28.7%, 차입금 의존도는 52%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차입금의 60%가량이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주가 하락에 따라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험도 커진 상태다. 

결국 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애경산업 매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애경그룹은 또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골프장 중부CC 매각도 추진 중이다. 애경케미칼이 중부C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고환율과 리스 부채, 항공운항증명(AOC) 등 매각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인수자가 붙기 어렵고 AK플라자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애경케미칼 역시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다. 

애경산업 매각의 배경에는 소비재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도 자리 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생활용품(데일리뷰티) 사업과 LG생활건강 생활용품(HDB) 사업 매출 등도 최근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순위에서 구다이글로벌, 에이피알 등 신흥 브랜드에 밀려 업계 5위로 내려앉았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이른다.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인디 브랜드들과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 이후 화학·항공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재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를 안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축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시장 다각화 시도를 통한 일본과 미국 등 신시장 발굴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이를 기반으로 한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채널과 브랜드, 품목 확대와 오프라인 채널과 브랜드 확장을 통해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경그룹 내에서도 유동성 리스크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고준 AK홀딩스 대표는 애경그룹 경영방안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애경그룹이 20~30년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래 성장 동력을 지금부터 찾겠다”고 답하며 즉각적인 재편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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