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시민들, 조선통신사 여정 따라 '우정 걷기'
"윤동주 통해 아픈 과거 되돌아보고 평화 다짐했으면"
(교토=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지난 8일 오전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 교정에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의 대표작 '서시'(序詩)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도시샤대는 윤동주의 일본 모교로, 서시가 우리말과 일본어로 각인된 시비가 교내에 세워져 있다.
낭독을 한 것은 '제10회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 걷기'의 한국 측 참가자들이다. 이들이 시비에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서시와 '새로운 길' 등 시인의 작품을 일본어로 읽자 일본 측 참가자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한일 우정 걷기는 조선이 일본에 파견했던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 한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부터 일본 도쿄 히비야 공원까지 1천158㎞를 행진하는 행사다. 양국의 평화와 우정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아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와 일본걷기협회 등이 2년마다 개최해왔다.
이날 도시샤대 일정엔 양국 참가자 37명이 참가했다. 새로운 길을 대표 낭독한 김매자(72)씨는 "조선통신사가 400년 전 우리 문화를 일본에 전한 것처럼 윤동주 시인을 통해 가교 구실을 하고 싶었다"며 "양국의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평화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이 전해진 듯 고바야시 사치코(82)씨는 "이전까지 윤동주의 시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교토 본부에서 열린 '조선시대 통신사를 통한 교토와 울산의 만남'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곳에 세워진 울산 출신 조선통신사 충숙공 이예(李藝 1373∼1445) 선생의 동상을 찾아 참배하고, 처용무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울산고 학생들이 교토국제고 학생들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토국제고 측은 답례로 고시엔 우승 기념품들을 전달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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