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안보' 패키지협상 시사에…국내 전문가들 "섣부른 협상은 금물"
"방위비 더 내고 관세 완화면 기회"…우라늄 농축 등 한국의 안보이슈도 넣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과 묶어서 논의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6월 대선까지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유럽이나 해외에 있는 미군을 감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그에 대해) 많이 보전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등 해외미군 감축 문제가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이 문제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역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관세 등 경제 사안과 묶어 협상하고 여기에 한국이 민감해하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경제와 안보는 별개'라는 게 기본 입장인 한국으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두 달 가까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점에서 대미 협상 과정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섣부르게 대응하지 말고 6월 대선까지 상황을 관리하며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것도 우리가 다소 여유를 갖고 전략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어줬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외교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대행 체제라 섣부른 협상보다는 예의주시하면서 시간 끌기 정도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 권한대행이 협상했는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차기 한국 대통령과 다시 협상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판이 벌어진 상황에서 패키지 거래를 할 수 있는 때는 오히려 대선 전까지가 '골든 타임'"이라며 "협상이 언제까지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겠다는 입장이라 어차피 우리가 무조건 더 내야 하는 것이었는데 (방위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완화해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위비 인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목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천문학적 무역 적자 규모는 방위비를 좀 올려받는다 한들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결국은 '중국 견제'로 귀결되는 미국 안보·군사 전략의 요점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태 지역 내 중국 견제 활동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의 전략자산 기술 등을 받아서 미국이 요구하는 역할 분담을 우리가 해준다는 식의 선제적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원하는 안보 사안도 관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요구하는 것은 자강, 비용 분담, 역할 분담인데 결국은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나눠서 지자는 것"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협상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요구할 만한 안보 사안으로는 확장억제 강화, 우라늄 농축 시설 확보, 주한미군 규모 유지 등이 꼽힌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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