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이 9일(현지시간)부터 세계 각국을 상대로 발효한 상호관세를 즉시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한다. 단 보복 대응에 나선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125%로 인상한다.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04%에서 21% 포인트를 더 높이는 대신 대(對)미국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협상에 나선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이지만 관세율을 전격적으로 낮춘 것이다. 미국에 관세 보복을 선언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 미·중 관세 전쟁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포석을 다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25%를 부과받은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도 즉각 10%로 낮아지게 됐다. 다만 자동차·철강 등 이미 25%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별 관세는 이번 90일 유예를 적용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저항'과 미국의 증시 상황 등 국내적 요인을 고려한 '전술적 후퇴'로 보인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적 관세 전쟁이 벌어지자 미국의 증시가 요동치고, 미국 국내적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세 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추가로 맞대응 조치를 발표한 중국에 대해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포인트로 인상하기로 한 결정이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존경심의 부족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망컨대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를 갈취하던 날들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75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 상무부, 재무부, USTR(무역대표부)을 포함한 미국 대표들에게 무역, 관세, 환율조작, 비관세 무역장벽 등에 대한 해결책을 협상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며 "(유예는) 이 국가들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관세는 104%에서 125%로 21% 포인트 오른다. 중국이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34%에서 84%로 올리며 ‘맞불 대응’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중국 상호관세를 34%에서 84%(총 104%)로 올린데 이어 이날 다시 21%포인트를 높인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재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인상될 것이며 이는 중국이 경솔하게(imprudently) 보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면서 "누구든 미국을 때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세게 맞받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 "우리는 맞춤형 협상을 계속할 것이며 그 기간에 90일간의 (국가별 상호관세) 유예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보편적인 10%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런 상호관세 유예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권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며 "채권시장을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국채 투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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