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주홍은 장충고 시절 고교 최고의 타자로 꼽혔지만, 2024년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쳐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2025년 15경기에서 2홈런을 쳐내며 잠재력을 터트릴 준비를 마쳤다. 9일 고척 LG전 4회말 홈런을 치고 타구를 응시하는 박주홍. 고척ㅣ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키움 히어로즈 박주홍(24)은 2020시즌 신인 1차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대형 타자로 성장할 재목으로 꼽혔다. 좌・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고, 파워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주홍은 지난해까지 5시즌 통산 109경기에서 타율 0.151(218타수 33안타), 홈런 없이 10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즌 최다 출전도 2023시즌의 27경기였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2023년이 돼서야 타율 0.270을 넘겼다. 장충고 시절에는 고교 최고의 타자였지만, 프로 레벨에선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비시즌에는 기대감을 키웠다가도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부진이 이어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박주홍이 9월부터 2월까진 정말 좋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올해의 흐름은 지난 시즌까지와 다르다. 3월 17일 시범경기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쳐낸 게 시작점이었다. 2024년까지 정규시즌은 물론 시범경기에서도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던 터라 의미가 남달랐다. 당시 박주홍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눈물이 좀 났다”고 털어놓았다.
막힌 혈을 뚫은 것일까. 박주홍은 정규시즌에도 변함없이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9일까지 치른 15경기에서 타율 0.285(28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을 올렸다. 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쳐냈을 때는 팀의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는데, 8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선 2-0으로 앞선 4회말 솔로홈런을 쳐내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홈런이 팀 승리를 이끈 결정적 한 방이었기에 그만큼 자신감도 커졌다.
아마추어 시절 각광받았던 타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오랫동안 잘 풀리지 않아 자신감을 잃고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박주홍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2군에서도 잘 안 될 때는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도 “코치님들께서 기술은 물론 멘탈 측면까지 많이 도와주신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처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심어주신 덕분에 나도 꾸준히 위를 바라보면서 야구를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스로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기존에는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했지만, 지금은 다리를 땅에 찍고 타격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변화였다. 그는 “일단 공을 배트에 맞혀야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지 않겠나.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진 느낌을 받는다. 지난겨울 연습경기 때부터 인플레이 타구의 비율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왔다갔다 하는 측면이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올해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오랫동안 1군에서 뛰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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