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민 가수'로 불리는 로비 윌리엄스는 1990년대 초반 보이그룹 테이크 댓의 멤버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의 솔로 데뷔 이후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여러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그의 인생 이야기가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뮤지컬 영화 '베러맨'(Better Man)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로비 윌리엄스는 솔로 가수로서 1996년 데뷔 후, 앨범 판매량 8천500만장을 기록하며 영국의 그래미상이라 불리는 브릿 어워즈에서 18번이나 수상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약물 남용으로 고통받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 윌리엄스는 "항상 자신이 남들보다 덜 진화된 느낌을 받았다"며 자신의 내면적 고뇌를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베러맨'은 윌리엄스의 이러한 복잡한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스타로서의 화려한 면보다는 우울, 자기혐오, 불안, 그리고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는 인간 윌리엄스를 그려내고자 했다. 윌리엄스 자신도 각본 작업에 참여하며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에서 윌리엄스의 캐릭터가 인간 배우가 아닌 침팬지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배우 존노 데이비스의 연기를 모션 캡처로 구현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침팬지의 외형을 덮어 표현했다. 이 설정은 그레이시 감독이 "당신이 동물이라면 어떤 동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윌리엄스가 "나는 무대에서 원숭이처럼 춤을 췄다. 내 인생은 안전벨트 없이 줄타기하는 것과 같았다"고 답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는 8살 윌리엄스가 노래를 배우고 테이크 댓 멤버로 발탁되는 과정을 그리며 시작한다. 하지만 술과 약물 문제로 팀을 떠나고, 솔로로 데뷔하기까지 그의 인생은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이후 히트곡을 연이어 내며 성공하지만, 내면의 공허함은 여전했다. 윌리엄스는 가장 사랑하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더 큰 정신적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윌리엄스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마이 웨이'(My Way)를 부르는 장면은 두 사람의 화해를 상징하며 윌리엄스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은 '위대한 쇼맨'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뮤지컬 연출을 '베러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테이크 댓 멤버들이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서 '록 DJ'를 공연하는 장면은 피아노와 이층 버스를 무대로 활용하며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영화는 윌리엄스의 인기 곡 '에인절스'(Angels), '렛 미 엔터테인 유'(Let Me Entertain You)를 비롯한 13곡을 삽입했고, 윌리엄스가 영화용으로 새롭게 작곡한 '포비든 로드'(Forbidden Road)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36분 동안 로비 윌리엄스의 인생을 다양한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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