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외식업계가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가격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퍽퍽한 주머니 사정으로 손님이 급격히 줄자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주류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용 소주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3% 하락했다. 2023년 9월(-0.6%)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외식용 맥주 가격도 0.7% 하락해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째 하락했다.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값이 하락한 것은 사실상 드문 일이다. 외식 소주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낮아진 건 집계가 시작된 2000년 1월 이후 2005년 7월(-0.8%) 한번뿐이다. 외식용 맥주 가격 역시 1997년 11월 사이 하락 후 약 26년만에 처음 하락했다.
무엇보다 외식 전체 물가가 2021년 6월 이후 46개월 연속 상승한 반면 소주, 맥주 가격 하락이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2020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월 2.2%로 올라섰고 2월에도 2.0%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3.6%로, 2023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한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에서 큰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식(3.0%) 역시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외식 매출도 크게 줄어 폐업을 택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엔데믹을 앞둔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내수 침체로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음식점의 주류 매입량도 줄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간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음식점의 주류 매입액 평균이 약 137만원으로, 전년 동기(약 145만원)보다 5.5% 감소했다.
결국 저가 주류 마케팅은 경기침체 속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생존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저가 주류 마케팅은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년 전 가격 그대로’라는 콘셉트로 소주 한 병을 19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종종 펼치고 있다. A씨는 “원재료 가격, 인건비 때문에 음식 가격은 낮추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류 가격을 낮추니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효과를 본다”라고 말했다.
고물가 속 가성비 공략하는 저가형 포차가 많이 생긴 것도 외식 주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마차'는 2022년 8월 첫 매장을 낸 이후 지난해에만 169개 매장을 열었다. 현재 187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맥주 1900원 날개 900원 가격으로 젊은 소비층에 인기가 높은 포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을 모을 수 있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많은 업주들이 술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라며 “시장 포화와 내수침체 속 소비 활성화를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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