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미국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린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직진출 속도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美 관세 장벽에 C커머스, ‘직진출’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중국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한 데 이어 90%에 달하는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상호관세 개정안을 보면 미국은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들어오는 800달러(한화 약 117만원) 미만 소액 소폭에 대한 관세율을 현 30%에서 3배인 90%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상호 관세(34%)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34%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나온 조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소액 면세 제도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소포는 연간 646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6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었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이미 한국 시장 직진출에 나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이 그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된다면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테무가 한국을 차기 핵심 시장으로 선택한 배경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꼽힌다. 지난해 한국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42조원으로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도 뚜렷하다.
특히 쿠팡 중심의 시장 구조는 진입장벽은 높지만 경쟁 구도가 단순한 만큼 ‘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로 다가온 C커머스 공세, 국내 이커머스 긴장
테무는 지난 2월 한국 오픈마켓 진출을 위해 국내 판매자 모집에 나섰으며 경기도 내 한 대형 물류센터의 장기 임차 계약도 추진 중이다. 물류센터 내에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사무실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무의 전략은 알리익스프레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판매자를 모집해 해외에 판매하는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대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G마켓(지마켓)과의 동맹도 G마켓이 보유한 60만 판매자를 활용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커머스의 한국 직진출 본격화는 기존 오픈마켓 플랫폼에도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11번가와 G마켓 등은 판매자 유치를 둘러싼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조·유통업 중소기업 300개사 중 29.7%는 이미 C커머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21.0%는 향후 활용 의향을 나타냈다.
C커머스의 영향력 확대는 플랫폼 순위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기준 2023년 쿠팡, 11번가, G마켓 순이었던 플랫폼 순위는 불과 2년 만인 올해 1월 기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로 변동됐다.
해외 직구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쇼핑 무역수지도 적자로 전환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 온라인 쇼핑 무역수지는 2019년 4조522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3조799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입점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통관·품질 검사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 구축, 물류 역량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며 “C커머스의 급속한 확산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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