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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배우 황정민(55)은 연극 ‘꽃의 비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돌아보며 이 같이 밝혔다. 1993년 연극 ‘코뿔소’로 데뷔한 이후 영화 ‘지구를 지켜라!’, ‘박수칠 때 떠나라’, ‘밍크코트’, 드라마 ‘D.P.’ 시즌2, ‘무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한 데뷔 33년 차 배우에게도 관객들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는 주부 4인방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영화감독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장진이 극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황정민은 “진지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촘촘하게 녹아있는 대본을 읽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공연을 이끄는 장진과는 ‘박수칠 때 떠나라’로 함께한 이후 20년 만에 재회했다. 황정민은 “20년 전 그대로더라. 여전히 깨어 있으면서도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는 창작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 호흡도 잘 맞았다”면서 “‘관객들을 웃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주어진 대로 캐릭터를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주부 4인방 중 왕언니 소피아 역을 맡고 있다. 화통한 면모와 카리스마를 갖춘 캐릭터다. 황정민은 “동생들을 이끌며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하는 특유의 추진력과 강단을 잘 살려내는 데 연기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동생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인물이라는 점이 함께 드러나도록 연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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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를 포함한 주부 4인방 캐릭터들은 극 후반부 남장 연기까지 소화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폭소케 하고 있다. 황정민은 “퍼포먼스극 형태의 공연에서 남자 역할을 해본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남성을 연기하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라 신선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염과 가발로 분장을 한 채 연습을 하면서 웃음을 참느라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면서 “공연 때마다 수염을 배우들이 각자 직접 그리고 있는데, 종종 미완성인 채로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고 설명을 보태며 미소 지었다.
‘꽃의 비밀’의 주인공들은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가부장적 남편들에게 환멸을 느끼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황당한 작전에 나서게 된다. 황정민은 작품을 소개하며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은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라며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작품이자 ‘인생이란 뭘까’ ‘산다는 건 뭘까’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할까’ 등에 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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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진행 중인 ‘꽃의 비밀’은 오는 5월 11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을 달군다. 출연진에는 황정민을 비롯해 박선옥·정영주(소피아 역), 장영남·이엘·조연진(자스민 역), 이연희·안소희·공승연(모니카 역), 김슬기·박지예(지나 역) 등이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서울 공연 종료 이후에는 지역 공연도 이어질 예정. 황정민은 “‘꽃의 비밀’ 덕분에 좋은 배우들을 알게 돼 기쁘다”며 “배우들과 함께 연극 공연 특유의 현장감과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황정민은 K콘텐츠계를 대표하는 ‘씬 스틸러’답게 ‘꽃의 비밀’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배우로서 거창한 목표는 없다. 앞으로도 한결 같이 주어진 바를 충실하게 해내는 배우가 되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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