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자영업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기존 무료 포장 수수료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오는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6.8%라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제 수수료 3.3%를 포함하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율은 10%를 넘기게 된다.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포장 주문 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발표한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배민의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는 의아한 결정임이 분명하다.
배민은 왜 이런 악수처럼 보이는 결정을 한 것일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익성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앞서 배민은 지난 2월부터 상생요금제를 시행, 기존 9.8%의 단일 수수료를 4개 구간으로 나눠 2~7.8%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정책을 개편했다.
배민 측에 따르면 상생요금제 시행 첫날인 2월 26일 업주 부담은 시행 전 주인 2월 19일 대비 전 구간에서 최대 56.8% 감소했다. 이는 곧 배달 주문이 큰 폭으로 늘지 않는 이상 업주의 부담이 준 만큼 배민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아한형제들은 2024년 연결 기준 4조3226억원의 매출과 6408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23년 대비 매출은 2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4% 감소한 수치다. 올해는 쿠팡이츠의 추격과 상생요금제 시행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배민이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배민의 대주주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여유롭지 않은 현 상황을 꼽았다.
앞서 2023년 배민은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딜리버리히어로는 이익의 81.5%에 해당하는 4127억 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영업이익 6408억 원을 기록한 2024년에는 배당을 실시하진 않았지만 영업이익 중 5372억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딜리버리히어로에 수익을 안겼다.
그럼에도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 외 사업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해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배민에 수익성 개선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8%의 포장주문 수수료가 부과되면 자영업자는 서비스를 줄이거나, 가격을 높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당연히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이번 결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연간 약 300억원을 고객 할인과 업주 지원에 쓸 것이라 밝히며 “포장 주문에는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없으니 장기적으로 포장 비율이 커지면 점주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적자 상황도 아닌데 압도적 국내 1위 점유율 플랫폼이 단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가 우아한형제들의 ‘고육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포장 주문에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결정에 업주들은 배민을 욕하지만, 압도적 점유율 1위의 배민을 버리긴 어렵다.
배민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과 이후 단기간 욕을 먹고, 일부 이탈 업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그 수수료를 기반으로 할인 쿠폰 발급 등의 마케팅에 힘을 쏟으면, 이용자는 혜택이 큰 배민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고, 매출이 늘면 자연스레 업주의 반발도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수익 다각화와 이용자 점유율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배민의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 결정이 업주들의 분노만을 유발한 악수가 될지, 수익과 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비책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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