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비록 우승엔 실패했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이 아름다운 패자로 올 시즌의 마지막 큰 감동을 줬다.
정관장은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5차전 흥국생명 원정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정관장은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1~2차전을 각각 0-3, 2-3으로 내준 뒤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3-2로 이기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왔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를 거쳐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정관장의 봄 배구 여정은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정관장의 올 시즌은 대단했다. 정관장은 2라운드까지 4위에 머물렀고, 3라운드까지도 2위 현대건설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구단 최다 8연승을 넘고 13연승을 질주한 정관장은 4라운드부터 2위로 뛰어올랐다. 정규리그 마지막 순위 싸움에서 아쉽게 3위로 내려왔지만 PO에서 현대건설을 2승 1패로 제압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흥국생명과 달리 정관장은 전력 누수가 심했다. 약 2주 동안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 주장 염혜선을 비롯한 박은진, 메가, 부키리치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했다. 더욱이 1~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정관장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했다. 염혜선과 리베로 노란은 진통제를 맞고 뛰었고, 주포 메가 역시 오른쪽 무릎이 성치 않지만 스스로 출전을 강행했다. 시리즈 내내 발목 부상을 안고 뛴 부키리치 역시 개인 공격 훈련을 소화했을 정도다.
3차전 2세트까지 0-2로 패색이 짙던 정관장은 선수들의 투혼에 힘입어 기어이 3-2 역전승을 거뒀다. 기세가 오른 정관장은 4차전 역시 3-2로 따내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특히 지난 3차전과 4차전에서는 챔피언결정전 역대 최다 듀스 11회를 2번이나 써내면서 흥국생명에 맞섰다. 주장 염혜선은 ‘악역’을 자처하면서 “드라마를 보면 악역이 정말 독하지 않나. 우린 독한 악역이 되고 싶다. 이 선수단과 함께 마지막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며 “4차전 승리로 어쩌면 주인공이 우리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악역으로 끝나지 않고, 악역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비록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정관장은 드라마를 빛낸 훌륭한 악역이었다. 정관장의 치열함이 없었다면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마지막 경기는 빛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이 순간 제일 자랑스럽다. 챔피언결정전까지 간 것도 대단한 성과다. 명승부를 만들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정관장이 쏟아낸 땀과 눈물은 어떤 트로피보다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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