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7일, 사고기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풀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KBS가 입수해 보도한 영상에는 블랙박스 기록이 끊긴 이후부터 동체가 착륙하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는 마지막 2분 40초의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다.
블랙박스 기록이 사고 직전 4분 7초부터 사라진 상황에서 이 영상은 사고의 실체를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고는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 착륙 도중 폭발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등 179명이 숨지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고 후 블랙박스(CVR·FDR)는 수거됐지만, 충돌 직전 수 분간의 기록이 손실돼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제약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미국 측에 블랙박스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며, 최종 조사 결과 발표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고를 둘러싼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조종사가 세 차례나 착륙 의사를 밝힌 1번 활주로 대신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19번 활주로로 착륙했다는 점이다.
조종사는 사고 전 “레프트 턴으로 1번 활주로 착륙하겠다”, “라이트 턴 후 01 방향 착륙” 등의 의사를 반복해 밝혔다. 하지만 사고 1분여 전 관제탑이 ‘19번 방향으로 착륙하시겠느냐’고 제안했고, 조종사는 이를 수용하며 결국 19번 활주로로 방향을 바꿨다.
제주항공 마지막 비행 해당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live/wm8RyJnW270?si=46IcpzcRAGRV_RDO
문제는 19번 활주로 끝단에 국제 기준보다 가까운 약 250미터 지점에 4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착륙 항공기의 진입 경로에 큰 위험 요소였으며, 실제 사고기의 동체는 착륙 중 해당 둔덕과 충돌해 폭발했다.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르면 이 같은 구조물은 활주로 끝에서 최소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며, 충돌 시 파손될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 무안공항의 경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제탑이 왜 마지막 순간에 활주로를 바꾸도록 제안했는지, 조종사의 판단은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당시 항공기는 조류 충돌 이후 복행을 시도했지만 고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관제탑이 19번 활주로 착륙을 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기 기울기는 37도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정상 선회 기울기인 25도를 크게 초과한 수치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매뉴얼에 따르면, 새 떼와 충돌 시 착륙 절차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도와 속도를 줄여가며 착륙하는 도중에는 엔진 회전수가 낮아 새가 흡입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항공 2216편은 조류와 충돌 후 복행을 시도하면서 엔진 출력을 높였고, 이 과정에서 엔진이 완전히 고장나버린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는 원래 875피트(267미터)까지 낮췄던 고도를 다시 끌어올리려 했으나 1075피트(327미터)까지만 상승한 후 곧바로 착륙을 시도해야 했다.
조종사와 관제탑 간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조류 충돌 이후 조종사는 여러 차례 착륙 방향을 재확인하며 1번 활주로로의 착륙을 요청했다.
9시 1분 7초 관제탑이 돌연 19번 활주로 착륙을 제안했고, 조종사는 2초 뒤 “네, 19방향 스탠바이”라고 답한 후 곧바로 19번 활주로 착륙에 들어갔다. 불과 1분 50초 뒤, 동체는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고 후 관제탑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관제탑이 해당 둔덕의 존재와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지, 조종사에게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핵심이다.
현행 법률상 항공기 교신 기록은 비공개로 둘 수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교신 기록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사고기 영상에는 마지막 2분 40초 동안 조종실 내부의 긴박한 분위기와 ‘바퀴 바퀴 바퀴’라고 반복하는 조종사의 절박한 목소리 등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사고 당시 관제탑과 조종사의 대화는 끝내 기장과 부기장의 필사적인 조종 시도 속에 끊겼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현재 미국 측의 협조 아래 블랙박스 데이터를 정밀 분석 중이며, 추가적인 현장 조사 및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조사 결과는 투명하고 충실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사고 보고서가 언제 발표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번 참사의 교훈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 안전 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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