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적용 연령을 현재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상향해 달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최근 뜨거웠던 배우 김수현(37)과 고(故) 김새론(25)의 미성년자 연애 의혹의 여파로 보인다.
9일 국회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올라온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상향 및 처벌 강화법안 이른바 ‘OOO 방지법’에 관한 청원’이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4038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동의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국회 관련 위원회에 부쳐질 전망이다.
청원인은 “최근 한류스타 OOO이 성인 시절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역배우 OOO을 상대로 저지른 그루밍 성범죄가 드러나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만을 보호하기 때문에 OOO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법률은 명백히 만 18세까지를 미성년자로 규정해 보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만 보호하겠다는 의제강간죄의 나이제한 때문에 전도유망한 여성배우를 아동 시절부터 유혹하고 기만해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만든 소아성애자가 법망을 피해 갈 수 있게 됐다”며 “따라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를 위해 ‘OOO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개정을 청원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법 제305조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자와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그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은 해당 연령대의 미성년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하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일정 연령 이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강간이나 추행과 같은 범죄로 판단하는 것이다.
청원인은 이 같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해당 연령인 13세 이상 16세 미만을 13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상향할 것과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형량인 추행 벌금형 강간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추행 2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김수현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미성년자이던 시절 교제를 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와 교제한 사실도, 돈으로 압박한 사실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여러 차례 공개된 사진 등 각종 증거를 두고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며 김새론의 유족,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해당 청원은 5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게 되면서 국회로 향하게 됐다. 국회 소관위원회와 관련 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 90일 이내 본회의 부의 여부가 논의된다.
다만 청원에서 요청한대로 의제강간죄의 미성년자 기준을 19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한국은 2020년 형법을 개정해 연령 기준을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올렸다. 청원과 달리 기준 연령을 19세 미만으로 상향할 시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연인 간의 관계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논의 역시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뿌리 뽑고 사회적 규범을 명확히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의제강간죄 적용 연령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루밍이나 성착취 범죄는 대체로 원가정의 불안정, 열악한 생활환경, 또는 보호자의 부재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등 취약한 여건 속에서 발생한다”며 “이 같은 틈을 노린 성적 학대나 착취를 사전에 차단하고 미성년자가 보호받을 권리와 정당한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치권은 과연 우리나라가 미성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국가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특히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단순한 개인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다 신속하고 책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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