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중국 생산 물량을 인도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보다 관세가 낮은 인도에서 더 많은 아이폰을 생산해 미국으로 조달하고 관세 부담을 덜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조정은 애플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단기적인 임시 조치”라며 “애플은 현재 상황이 공급망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바꾸기에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중국에 이른바 ‘10% +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일부터 34%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섰고 중국의 보복관세 34% 부과에 맞서 미국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총 관세는 104%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아이폰 등 주요 기기 생산에 대해 중국 의존도가 큰 애플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됐다. UBS 분석가들은 지난 7일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미국 내 가격 상승폭이 최대 350달러(약 51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인도에서는 약 2천500만 대의 아이폰을 생산할 예정으로, 이 중 약 1천만대는 대개 인도 국내 시장에 공급된다.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된 모든 아이폰을 미국 국내용으로 전환하면 올해 미국 아이폰 수요의 약 50%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현재 1천100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16 프로의 경우 현재 550달러에 달하는 하드웨어 비용에 300달러가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관세가 중국의 절반 수준인 인도에서 아이폰을 들여오면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애플은 2017년부터 파트너사와 협력해 인도에서 아이폰을 조립해 왔으며, 구형 모델부터 시작해 점차 최신 모델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일각에서는 ‘아이폰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아이폰의 주요 생산지인 중국 등을 대상으로 초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아이폰 가격 인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가격이 오르기 전 아이폰을 사려는 고객들이 매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7일 보도했다.
한편 애플의 인도 생산 소식은 미국 비중이 낮은 삼성전자에는 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사가 모두 인도를 새로운 제조 허브로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삼성이 기존의 중저가 모델 강점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가능성 높아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Noida) 공장을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으로 두고, 전체 스마트폰 중 약 30%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주 스마트폰 생산처가 베트남인 삼성전자는 중국 대비 미국 관세율이 낮아 당장에 애플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아이폰 생산량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지는 애플보다는 한결 물량 조절이 수월한 입장에 있다”며 “삼성은 인도 현지에서 중저가를 비롯해 프리미엄 사양의 스마트폰까지 두루 생산하고 있어 관세에 대응해 공급망 비중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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