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일본 재무성 해체 시위 확산… 소비세 분노가 흔든 거리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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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 재무성 해체 시위 확산… 소비세 분노가 흔든 거리의 정치

포인트경제 2025-04-09 13:53: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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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비세에 거리로 나온 일본 시민들… ‘세금 폭탄’에 분노 폭발
세금 내도 내 몫은 없다… 일본 청년들, 재무성 향해 분노 쏟다
관료제 해체 외친 도쿄 한복판… 일본판 '촛불'은 가능한가

[포인트경제] 도쿄 한복판에서 시작된 ‘재무성 해체’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반세금 운동이라 보기엔 그 규모도, 열기도 예사롭지 않다. 소비세 폐지부터 조세 개혁, 재정 정책 전환, 나아가 관료 체제 해체까지 요구가 이어지며 일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계기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표면화된 불만은 소비세다. 일본은 2019년 이후 소비세를 10%까지 인상한 뒤, 고물가 시대에도 이를 유지해왔다. 정부는 국가 부채 억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것은 따로였다. 소비세는 가장 기초적인 생필품에까지 적용돼 서민들의 지출 부담을 고스란히 늘렸다.

일본 재무성앞에 모인 일본의 시위자들/NHK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재무성 해체’를 요구하며 도쿄 재무성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NHK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보고서에서도 “성장 없이 세제만 강화하는 정책은 국민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무성의 긴축 중심 정책은 기업과 가계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조세 개혁과 함께 경제 활성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시위를 일본 정치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의 재정 정책이 선출된 정치인보다는 관료 조직, 그 중에서도 재무성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는 비판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예산 편성과 세제 설계 과정에서 재무성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이는 ‘관료 지배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왔다.

일본 언론도 이번 시위를 계기로 정치 권한의 편중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일부 논평에서는 재무성이 사실상 '그림자 정부'처럼 정책 방향을 주도해 왔다며, 이번 시위는 단순한 세금 반대를 넘어서, 관료주의에 대한 정치적 견제를 요구하는 시민의 집단적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사회학자들은 보다 깊은 차원에서 사회 불평등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과 부유층은 각종 감세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와 프리랜서, 연금생활자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무겁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게다가 청년층 사이에서는 ‘내가 내는 세금이 나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냉소가 퍼져 있다.

실제로 시위 현장에는 고령자 못지않게 20~30대 젊은 층도 다수 참여하고 있었다. 손에는 ‘내 통장에 일본은 없다’, ‘나에게 국가는 과세기관일 뿐’이라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사회운동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 젊은 세대의 이러한 변화는 시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처음에는 주요 언론들이 이 시위를 다루지 않아 비판을 받았으나, 이후 일부 매체들이 보도를 시작했다. 당초 ‘주류 언론이 외면한 운동’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NHK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 등 일부 매체가 시위 현장 보도와 해설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위의 확산은 일본 사회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무관심이나 체념이 아니라, 직접 행동을 통한 의사 표현이 점차 정당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3월 14일에는 시위를 주도하던 전직 국회의원 타치바나 다카시(立花 孝志) 씨가 도쿄 재무성 앞에서 연설 도중 괴한에게 칼에 찔리는 사건이 벌어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머리와 목에 부상을 입었으나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정치적 배경이 있는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제는 말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NHK당 타치바나 다카시 前 의원, 흉기 피습 직후 혼란스러운 현장/마이니찌 보도분 캡쳐(포인트경제) NHK당 타치바나 다카시 前 의원, 흉기 피습 직후 혼란스러운 현장/마이니찌 보도분 캡쳐(포인트경제)

그간 차분하던 일본 사회에서 ‘재무성 해체’라는 급진적 구호가 거리에서 힘을 얻는 현실은, 일본이 직면한 구조적 피로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세와 조세 구조, 재정 정책, 관료제도에 이르기까지. 이 시위는 단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피로와 박탈감이 뭉쳐진 결과다.

시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민의 불만이 '세율 몇 퍼센트'라는 숫자 문제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사회 체제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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