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 체력 저하”라고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상생과통일포럼(공동 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윤호중 의원)이 주최한 제24차 경제산업포럼은 ‘트럼프 2.0 시대, 한국경제의 전망과 대책’을 주제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2025년 한국경제 성장률 1.6%…트럼프발 관세 충격, 추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조 원장은 조동철 원장은 2025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6%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반기 성장률은 0.9%, 하반기에는 2.2%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잠재성장률(1.8% 내외)을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의 통상 압박, 글로벌 제조업 부진, 중국 경제 둔화 등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25% 상호관세에 대해선 “단순히 수출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투자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수출 중 약 18.6%가 미국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타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산업군에서는 관세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저하가 투자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보다 무서운 건 체질 약화…생산성 정체, 한국경제 장기 성장 잠식”
그러나 조 원장은 본질적인 문제는 국내 경제 내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해왔으며, 생산성 정체와 기술혁신 지체가 구조적으로 누적돼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오면 그 충격을 회복할 체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1인당 GDP 기준 미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 3년간 그 간극은 더욱 확대됐다. 조 원장은 “과거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과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반도체 외의 다른 주력 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거나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화학·건설업 등 대규모 자본과 고용을 유발하는 산업들이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구조개혁 없이 정부 재정이나 통화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외교도 전략적 유연성 필요…협상의 타이밍과 구조 중요”
조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통상 압박을 두고 “선관세 후협상이라는 정치적 접근은 무작위적인 듯 보이지만, 미국의 이해관계와 연계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세 자체를 막기보다는, 한국이 어떤 협상 전략으로 미국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외교도 타이밍과 구조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FTA 무력화 시도와 방위비 증액 요구, 현지 투자를 통한 산업정책 유도 등이 패키지로 움직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 간 협상은 다층적인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경제협상은 안보와 공급망 정책과도 연계된 복합 게임이기 때문에, 민첩하고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 여력 존재…추경은 제한적 집행이 바람직”
통화·재정정책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조 원장은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내외로 낮아질 것”이라며, “물가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현재 경기 둔화는 대규모 추경을 필요로 할 정도의 위기로 보기 어렵다”며, “만약 추경을 한다면 재정 여력과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해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AI·바이오·반도체 넘어선 새로운 생산성 성장축 발굴 절실”
마지막으로 조 원장은 “생산성 제고 없는 경제성장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AI, 바이오, 양자산업 등 신성장 분야에서 생산성 혁신을 유도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고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넘어서, 민간의 혁신 활동을 촉진하고 위험 감수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기술 인재의 부족과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만큼, 규제개혁과 교육개혁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산업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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