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기적으로 화폐 인물을 교체할 때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인물을 활용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인물인 이토 히로부미(1963~1984년까지 1,000엔권), 후쿠자와 유키치(1984~2004년까지 1만 엔권)는 물론 신화폐 주인공인 시부사와 에이이치(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경제인), 쓰다 우메코(이와쿠라 사절단 때 유학생, 사립 여대 설립자) 등 일본 근대화에 기여한 인물이었다.
화폐 인물은 그 나라의 가치와 지향점을 한 인물로 집중시켜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 화폐는 여전히 임진왜란 이전의 중세기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 근대 인물이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김구, 이승만, 유관순, 안중근, 이회영, 이상용 등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 넘쳐난다. 다만 보수와 진보가 합의에 이른 근대 인물이 없다 보니 ‘조선의 성리학 시대’로 도피한다. 보수와 진보는 현재 중요 정책에서도 진영 논리와 이해와 충돌을 빚는 패러다임에 갇혀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해서도 ‘느슨한 합의’조차 끌어내지 못해 깊은 단층선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혼란과 치욕의 80년’인 고종 시기와 식민지 시기는 여전히 포커스를 맞추지 못하고 흐릿한 불협화음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고종시기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논하기로 하고 일단 간략히 정리하고 넘어가자. 담이 허물어지고 거의 빈 집에 가깝다고 해서 허락도 없이 들어와 조선을 점령한 일본은 ‘세 글자로 불리는 나라’ 다. 파스칼 키냐르의 책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에서 차용한 것인데 로마인이 도둑을 지칭할 때 에둘러 사용하던 표현이다(라틴어로도둑을 뜻하는 명사 fur는 세 글자다). 쉽게 말해 일본은 도둑놈이다.
[대전환기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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