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오늘(9일)부터 미국에 의해 발효될 상호관세를 앞두고 리스크 관리에 비상등을 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관세 폭탄에 대출 상환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관세 리스크를 분석하고 중점관리업종을 나눠 연체 관리 강화에 나섰다. 관세 조치에 타격이 예상되는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금융지원도 준비했다.
금융업계는 한국은행이 이미 한 차례 낮춰 전망했던 경제성장률이 0%로 추락할 거라 보고 있다. 은행권 기업대출 규모가 감소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 상호관세 25% 적용
환율을 강타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풀 꺾였다. 다만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라는 큰 변수가 금융권에 등장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관세 부과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일부터 나라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가 부과되며 우리나라는 25%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상호관세 시행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덩달아 기업들은 매출이 감소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기업들이 대출을 상환하는 능력이 악화되면 은행 건전성도 타격받을 수 있다. 관세가 부과되기에 앞서 은행들은 세밀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은행들, 관세 영향 관찰 및 점검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기업 대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관세에 대한 변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대미 수출‧판매 비중이 크고 현지 생산 능력 확보가 취약한 산업에 대해 고‧중‧저 위험으로 관세 부과 영향도를 차별화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 보복관세 부과 수준 등 추가적인 대응 결과를 반영해 오는 6월 정기 산업 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기업 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이차전지 산업 등을 신용 점검‧감리하며 중점관리업종에 편입시켰다. 잠재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는 영역을 조기 선정하고 연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수출 기업을 포함한 주요 여신 거래처에 대한 신용도 및 상환능력을 정기적으로 점검 중이다. 필요시 조기경보 체계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연체율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 나아가 거시 경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여신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국이 주문한 대로 금융지주들은 금융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나‧신한금융그룹은 상호관세 영향을 받는 중소‧소상공인을 위해 각각 6조3000억원‧10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이달 발표했다.
KB금융그룹은 총 8조원 규모로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는 총 1500억원 규모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지난 7일 발표헀다. 우리금융그룹은 같은 날 상호관세 피해 지원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타격이 클 수 있는 수출입 기업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성장률 0%대 예상…기업대출 축소 가능성도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리며 관세 갈등이 심화되면 1.4%까지 떨어질 거라 예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더리브스 질의에 “(상호관세 조치 영향에 대해)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보호무역조치는 곧바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수 경기 침체로 확산돼 실제로 경제성장률이 0%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채상미 교수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관세를) 올리게 되면 수입 물가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경제 전반적으로 경제성장이 굉장히 어려워지게 된다”며 “일자리와 생산이 줄어들면 그 여파로 소비가 줄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성장률이 0%로 진입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기업대출 규모를 줄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대출은 위험도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관세 타격까지 더해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를 강화하면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에 보수적인 접근으로 기업대출 규모 증가세는 점차 감소할 거라 예상된다”며 “경기 침체까지 겹쳐 대출 포트폴리오를 우량자산(우량기업) 중심으로 구성하고 외형 확장보다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 올해 기업대출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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