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현장] GOAT 김연경의 마지막은 꿈꾸던 벚꽃엔딩으로…"시나리오도 이렇게 못 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st&현장] GOAT 김연경의 마지막은 꿈꾸던 벚꽃엔딩으로…"시나리오도 이렇게 못 짜"

STN스포츠 2025-04-09 08:18:23 신고

3줄요약
우승 후 미소짓는 김연경. 사진┃KOVO
우승 후 미소짓는 김연경. 사진┃KOVO

[STN뉴스=삼산] 이형주 기자 = 김연경(37)이 마지막은 꿈꾸던 벛꽃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8일 오후 7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경기에서 3-1(26-24, 26-24, 24-26, 23-25, 15-13)로 승리했다. 

4차전을 앞두고 양 팀은 모두 승리를 겨냥했다.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흥국생명이 승리를 거둘 시 2018~2019시즌 이후 6시즌 만의 통합 우승이자 팀 통산 4번째 챔피언에 등극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정관장은 흐름을 탔다.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정관장은 2위 현대건설을 격파하며 챔프전에 올랐다.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고, 실제로 1,2차전을 내리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3, 4차전에 연이어 잡았고, 5차전 단 한 경기만 더 승리할 경우 2011~2012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위치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승패와 관계없이 여자배구 GOAT(Greatest Of All Time) 김연경의 현역시절 마지막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1988년생의 김연경은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다. V리그 3번의 우승, KOVO컵 1회 우승은 물론 JT 마블러스 시절 일본 V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거머쥐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흐체 SK 시절에는 튀르키예 리그 우승 2회에 최고 권위의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1회 거머쥐었다. V리그 정규시즌 MVP 4회에 파이널 MVP 3번 등 숱한 상도 휩쓸었다.  

국가대표로도 빼어난 실력을 보였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에 공헌했으며,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6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김연경이 서브 하기 전 집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김연경이 서브 하기 전 집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2020년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이후 이번 시즌 전까지 5년간 간 코로나19로 챔프전이 열리지 않은 두 시즌을 제외하고 3번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에 각각 가로 막힌 김연경은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만들며 4번째 V리그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각오였다. 

김연경은 정규시즌 중 이미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여자배구 각 구단은 김연경에게 은퇴 투어를 선물하며 예우를 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기든 지든 시즌이 종료되는 챔프전 최종 5차전만을 남겼다. 

그리고 김연경이 마지막 경기에서 펄펄 날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고비 때마다 34점을 폭발시키며 6시즌 만의 통합 우승이자, 5번째 챔프전 우승을 견인했다. 만장일치 MVP 역시 김연경의 것이었다.

챔프전 MVP상을 들고 우승 메달에 입을 맞추는 김연경. 사진┃KOVO
챔프전 MVP상을 들고 우승 메달에 입을 맞추는 김연경. 사진┃KOVO

경기 후 김연경은 "아까 약간 눈물을 흘렸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3,4차전을 그렇게 내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은퇴 전에 또 역경이 다가오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수단 정말 고생했다. 멋진 마무리를 시켜줘서 고맙다. 오늘의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 다른 팀과 했다. 정규리그 2번 우승하고, 챔프전 1번 우승했다. 별 하나 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항상 열심히 했는데, 왜 돌아오는 것이 이것 뿐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후련해졌고, 이런 시나리오를 짜지 못할 정도로 좋은 시나리오로 마무리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상대 정관장에 대해서는 "고희진 감독이 (김)연경아 니 수비가 우승시킨 거다라고 말씀하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정관장도 좋은 경기를 했다. 챔프전에서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스포츠는 비기는 것이 없지 않나. 누구 한 팀이 이기면, 누구 한 팀은 진다. 정관장도 부상 중에도 정말 고생했고, 힘든 것도 있었을 텐데. 그런 감정이 들고 정관장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전 마음 가짐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고 나와 주장 김수지 선수도 팀을 이끌어 가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끔 윽박지르기도 하고 소리 치기도 하지만, 또 괜찮다, 괜찮다하며 좋은 이야기도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이겨내 줘서 고맙다.  조금 걱정되긴 했다. 상대는 8경기째고 우린 5경기째이긴 했지만 내 나이가 상대보단 조금 많아 체력 면에서 밀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끝내기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그 공이 투트쿠에게 갈 줄 알았다. 리베로 도수빈 선수와 부딪히는 듯한 상황이 있어 내게 줄 수 없는 공이라 봤다. 14-13이 됐다. 괜찮아라고 했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웃음). 이후 투트쿠가 끝까지 전위에 있었기 때문에 하나만 해주라라고 했다. 이고은 선수가 공을 줬고 투트쿠가 해결해 주면서 잘 마무리됐다. 난 그보다 3세트 24-24에서 상대 메가의 공격이 아웃됐는데, 내가 블로킹하다 네트를 터치하는 터치넷 범실을 해 실점한 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평소엔 하지도 않던 네트터치 범실을 했다. 이렇게 은퇴하면 계속해서 악몽을 꿀 것 같았다. 다행히 마무리가 좋아 그런 악몽은 안 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승 후 기뻐하는 김연경. 사진┃KOVO
우승 후 기뻐하는 김연경. 사진┃KOVO

만장일치 MVP에 대해서는 "아마 기자분들이 양심이 있으셔서 그런 것 아닐까(웃음). 4차전 지고 나서 재밌게 기사들을 많이 쓰셨더라. 2년 전 도로공사와의 챔프전 이야기를 쓰시고, 4차전 때 내가 엎드려 있는 사진이 부각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웃음). 그런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으셨던 것 같다(웃음). 찔려서 내게 투표해 주시지 않았나 싶다(웃음). 은퇴하는 사람인데 좀 잘 써주시지(웃음). 은퇴할 때 챔프전에서 활약하고 통합우승을 달성하고 MVP까지 받을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다. 이렇게 마무리해 감사하고 만장일치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근데 조금 밉기도 하다(웃음)"라고 유쾌하게 말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의 김연경. 삼산=사진┃이형주 기자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의 김연경. 삼산=사진┃이형주 기자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먼저 "경기장 안에 계속 있는데 꿈 같더라. 내일도 대전이나 인천에서 경기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많은 분들 앞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꿈 같다. 오늘이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라며 심경을 밝힌 뒤 "김연경 재단이 있다. 올해 많은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쉬면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무엇이 내가 원하는 방향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일단 오늘은 회식을 제대로 하고 싶다. 그리고 술을 좀 하려고 한다. 금주를 오래 했다. 제가 애주가라 술을 좋아하긴 하는데 시즌에 들어오면서 금주를 오래 했다. 선수들과 회식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냥 쉬고 싶다. 휴식하면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라고 밝혔다.

다시 태어나도 배구를 하고 싶냐는 물음에는 "안 하고 싶다. 이 직업이 힘들다는 생각을 이번에 또 하긴 했다. 물론 3차전에서 끝났다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구나 했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어렵게 경기했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하겠다고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에 대해 "사실 선수들이 많이 눈에 밟힌다. 오늘도 챔프전에 처음 들어온 선수들이 많았는데 다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훈련할 때도 함께 한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 들어와 대견하게 다 자기 역할을 해줘 잊지 못할 것 같다. 오히려 이 선수들이 언니들을 리드하고, 본인들이 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걸 보며 감동이었다. 선수들 올 시즌 정말 많이 성장했고 잘했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고 한국 배구에 대해 "선수들을 잘 키워내야 가능할 것 같다. 잠재력 있는 선수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지 많은 관계자분들과 지도자분들이 고민하셔야 한다. 나도 열심히 도우면서 앞으로 한국 배구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라며 애정 어린 이야기를 전했다. 

상대 메가에 대해서는 "메가가 이렇게까지 잘하는 선수였나 싶더라. 물론 지난 시즌에도 잘했지만 올 시즌 더 발전한 메가로 돌아오면서 진짜 무서운 선수가 됐다. 한국 대표팀이 메가를 인도네시아 국가대표로 만나야 하지 않나. 상당히 무서운 선수가 될 것 같다"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미소를 보이는 김연경. 사진┃KOVO
시상식에서 미소를 보이는 김연경. 사진┃KOVO

김연경은 또 "내가 원했던 마지막 모습 그대로 은퇴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아직 잘하고 정상에 있는데 왜 은퇴하냐고 이야기하신다. 그런데 이게 내가 상상했던 은퇴의 모습이다.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것이다. 4시즌 동안 이뤄내지 못해 항상 안타까웠다. 별을 하나 달고 정상에서 은퇴하는 게 내가 원했던 그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는 "우리 가족이 감동적인 가족이 아니다. 가족들은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렸다(웃음). 그냥 고생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가족이 없었다면 내가 여기에 있을 수도, 이 자리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막내딸이어서 언니들과 부모님께 챙김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덕분에 배구에만 집중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유망주들에게는 "요즘 어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더라. 화려하다는 건 눈에 잘 보이는 것들인데 그런 걸 많이 하려고 한다. 그보다는 눈에 안 보이는 것들, 기본기를 잘 다지면 좋을 것 같다. 기본기는 해야 하는 시기가 있어 그 시기를 넘기면 어렵다. 때에 맞춰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기본기 등에 집중했으면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에게는 "선수들은 감독님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배구에 있어서 물음표가 없는 감독님이셨다. 많은 선수들이 본받으려 했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게끔 만들어 주셨고 마무리까지 잘 됐기 때문에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경기 전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긴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팀과 계약을 안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 배구에 좋은 영향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팬 분들이 많이 우셨다. 오늘 너무 많이 와주셨고, 응원해 주셔서 힘을 내 마지막에 이길 수 있었다.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가는 팬들도 계시고, 올림픽을 거치며 유입된 분들, 최근에 팬이 된 분들도 계신다. 많은 분들의 에너지를 받고 배구선수로서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정상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더 했던 것 같다.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은퇴하지만 끝까지 잘 봐주시고 후배들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라며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GOAT의 화려한 마무리였다. 

김연경의 팬들이 삼산체육관 역에 내건 배너. 삼산=사진┃이형주 기자
김연경의 팬들이 삼산체육관 역에 내건 배너. 삼산=사진┃이형주 기자

STN뉴스=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Copyright ⓒ STN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