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5차전 정관장과 홈 경기서 세트 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 6년 만이자 통산 4번째 통합 우승 달성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김연경은 2008-2009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16년 만에 우승을 달성해 한(恨)을 풀게 됐다.
김연경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한 그 어떤 선수보다 우승이 간절했다. 시즌을 마친 후 현역 은퇴를 예고한 만큼,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그가 현역 선수로 코트를 누비는 마지막 무대였던 까닭이다. 김연경은 올 시즌 득점 7위, 공격 종합 2위, 오픈 공격 5위, 퀵오픈 1위, 후위 공격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코트를 누볐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경기에서 38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며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듯 보였다.
그러나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위기에 몰렸다. 김연경은 3차전 29점, 4차전 32점으로 제 몫을 다했으나 상대 주포 메가의 놀라운 활약이 있던 탓이었다. 메가는 3차전 40점, 4차전 38점으로 김연경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5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진 것은 흥국생명엔 호재였다. 당초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PO) 3경기를 치르며 과부하가 온 정관장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한 6082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매진을 이뤘다. 이는 흥국생명의 올 시즌 8번째 매진 기록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역대 2호 만장일치(31표)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나선 김연경은 “3~4차전 종료 후 2년 전 얘기가 많이 나와 속상했다. 어렵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큰 어려움이 올지는 몰랐다. 은퇴를 앞두고 역경이 다가온다고 생각했고, 이겨내려고 했다. 짧은 기간 선수단이 고생 많았다. 멋진 마무리를 시켜줘 고맙다”고 밝혔다.
MVP 선정 수상 소감으론 “기자 분들이 양심이 있으신 거 같다. 3~4차전 패한 이후 엎드려 있는 사진도 넣으면서 재밌는 내용을 많이 쓰셨다. 그런 부분에 미안함이 있어서 뽑지 않으셨는지 생각한다. 감사하기도 하면서 밉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오늘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국 복귀 챔피언결정전에서 전부 다른 팀과 4번을 만났다. 별 하나 달기가 어렵다는 것을 최근에 많이 느꼈다. 3~4차전 끝나고 ‘열심히 노력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라는 고민했다. 하지만 5차전까지 오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드라마나 영화도 이런 시나리오는 짜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흥국생명의 우승에는 김연경의 5세트 막판 나온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김연경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인사할 때 제 수비로 우승했다고 말씀하셨다.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를 펼쳤다. 많은 팬 앞에서 좋은 배구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부상도 많았지만, 너무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정관장 선수들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경기는 김연경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김연경은 “오늘이 제가 원했던 은퇴 모습이다. 4년 동안 이뤄내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별을 하나 달고 은퇴 정상에서 은퇴하는 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라면서 “사실 꿈같다. 내일도 경기가 있을 것만 같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현역 시절을 돌아본다면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향후 진로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김연경 재단을 운영 중이다. 재단에 많은 활동이 잡혀 있어 일단은 거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외부 활동보다는 쉬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에 관해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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