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두 명을 8일 전격 지명했다.
이날 한 대행은 국회가 선출하고 헌재가 지명해야 한다고 판결했음에도 지명을 끝까지 거부했던 마은혁 헌법재판관과 마용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동시에 예정에도 없던 대통령몫으로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2명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버린 것이다. 한 대행이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대한 '월권'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명한 인물이 윤 전 대통령 40년지기이자 12.3내란 피의자로 조사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착각”, “위헌적 권한 남용”이라는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크게 격앙된 반발을 했다.
대통령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한 韓 권한대행의 '월권'과 '내란부역자' 지명에 민주당은 전면전을 선포했다.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와 인사청문 절차 거부는 물론,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어 정면대치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원식 의장, 대통령몫 재판관 지명에 "인사청문회 요청 안받겠다"
가장 먼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강경 입장을 표명한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었다. 우 의장은 이날 긴급 입장문을 통해 “한 권한대행은 사과부터 하고,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라”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조차 접수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 "한 총리에 권한 없어..대통령 된 것으로 착각한 듯"
더불어민주당은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내란 세력의 헌법재판소 장악 시도"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정도의 절차적·소극적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헌법학계 다수설이나, 한 권한대행이 그 권한을 벗어나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공판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고 "한 총리에게 그런 권한이 없다. 오버하신 것 같다"며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은 단순한 월권이 아니라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 검토키로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한을 위헌적으로 남용했으므로 지명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파면된 윤석열이 한 인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명 소식을 접하고 즉각 "대통령 추천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적 행태로 묵과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내란 대행' 행태를 보여왔던 것에서 더 나아가 내란 대행을 확실하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지명 자체가 위헌적 권한 남용이며, 원천 무효”라며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 등 법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은 내란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인물로,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혁신당 의원 "반헌법적 반국민적 반칙행위 일관" 맹비난..."尹과 내통했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 대행은 합헌·합법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굼벵이처럼 굼뜨더니 월권행위에는 빠른 모습"이라며 "끝까지 반헌법적·반국민적 반칙행위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 야당 법사위원들은 "한덕수 권한대행은 임명권이 없고 인사청문회를 열 필요도 없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혁신당 법사위원들은 특히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40년지기 최측근이자, 12·3 계엄 직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과 이른바 '안가회동'을 한 인물로 고발돼 수사 대상인 점을 문제 삼고 있다.
野법사위원들은 "이 처장은 명백한 수사 대상자"라며 "동네 조기 축구회 감독 대행도 새 감독이 오기 전까지 선수 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아닌 한덕수 권한대행이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한 상태에서 (후보자를) 지명한 것 모두가 무효다"며 "한 대행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에서도 한덕수 총리를 총리로 인정했을 뿐이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한 총리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면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野법사위원들은 인사권자가 아닌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 심의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명권자가 아닌 대행의 후보자 지명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우원식 의장은 '인사청문회 요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혐의로 고발된 수사 당사자인 이 처장을 헌재로 도피시키려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전 세계가 관세 전쟁을 하는 와중에 권한대행이 고작 한다는 일이 내란 잔당을 투입시켜 헌재를 장악하는 일이냐"고 따졌다.
박주민 의원은 "한 대행의 이완규 지명은 윤석열 탄핵에 대한 불복"이라며 "국민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인물 선정이 아닌가"라고 썼다.
윤건영 의원은 "누가 봐도 윤석열의 지시다. 윤석열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우리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쏟아붓고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차기 대통령 권한 침해...국민 선택권 짓뭉갠 행위"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더욱 노골적인 비판공세를 날렸다. 그는 SNS를 통해 “한덕수는 몹시 정파적이고, 매우 폭력적인 권력 행사자”라며 “60일짜리 권한대행이 5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 권한을 침해하고, 사실상 국민들의 선택권을 짓뭉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특히 한 대행이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최측근’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을 위한 알박기 인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민주당은 한 대행의 지명자를 대상으로 국회 청문절차를 거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내란부역혐의자 이완규 지명, 내란 알박기 청부냐...국힘 당원, 애초부터 무자격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부역 혐의자 이완규 법제처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명백한 헌정 불복 행위"라며 "윤석열 내란 세력 알박기 청부 임명이냐"고 쏘아부쳤다.
이완규 처장은 12.3내란 다음날인 4일 대통령 안가에서 이상민 행자부 장관 등과 비밀회동을 한바 있어, 경찰에 내란공범 혐의로 소환조사와 공수처에 내란 피의자로 입건돼있다.
박 의원은 "특히 이 처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 최측근이고 계엄 해제 후 법제처장으로서 안가 4인방 회동의 한 사람이고 회동 후에는 핸드폰까지 바꾼 내란 옹호 수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의원은 이 처장이 국민의힘 당원이었다고 주장하며 탈당일자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 활동 기간과 탈당 일자를 공개하라"며 "애초부터 무적격자"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처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자문을 했고, 2022년 5월 13일 법제처장에 취임하면서 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애초부터 무자격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제5조 재판관의 자격에 의하면 '정당의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은 재판관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할 이 처장을 지명한 것도 권한 밖의 일이지만, 이러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처장은 애초부터 무자격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위헌 한덕수' 드디어 마은혁 헌재 재판관,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이라며 "그러나 설마 했지만 권한대행으로서 두 명의 헌재 재판관을 신규로 임명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면서 "두 명을 신규로 임명하기 위해 마은혁 카드를 쓴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 지명 몫 행사할 때는 권한 시비도 불사하며 우사인 볼트, 마은혁 임명은 위헌을 감수하는 거북이"라며 "한 대행 스스로 탄핵의 매를 벌고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강한 반발...尹40년지기, 12.3내란 피의자 이완규 '충격'
민주당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한 데는 이번에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두 사람 모두 보수적인 색채가 짙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함 부장판사는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김경수 전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인물로 알려졌고, 이완규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징계 소송 당시 변호를 맡은 이력이 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40년지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지 보수색채보다는 가장 문제가 되는 인물은 '내란혐의자' 이완규 법제처장이다. 12.3내란사태로 '헌법 위배'로 尹의 대통령직이 파면된 직후 대통령몫의 헌법재판소장 후임을 尹40년지기이자 내란피의자인 이 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해 12월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 12.3계엄 현안질의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12.3비상계엄 다음날인 4일 용산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자신과 이상민 행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4명이 안가회동에 참석했다"고 본인 직접 진술한 바 있다. 또 "휴대폰도 교체했느냐"는 박 의원 질의에 "교체했다"고 답했다.
현재 이 처장은 12.3내란사태 내란방조 및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한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고 공수처는 이 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수사중이다.
또한 이 처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을 하고 이후 국민의힘 입당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5조에 따르면 '정당의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로 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동의 없이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임명 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의장부터 인사청문 절차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대행이 지명한 인사들이 실제로 임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정당성과 합법성 모두가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향후 청문회 절차 거부, 법적 소송, 추가 지명 강행 여부 등 모든 변수가 정국을 격랑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월권'행사 논란과 내란혐의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을 둘러싼 정면대치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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