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고물가, 국내 정치 불안정 요소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가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유통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에서 전망치가 75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 1분기 전망치인 77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경기전망지수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이상이면 다음 분기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대한상의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 고물가, 경기하방 우려,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감경기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소비시장 부진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서울 및 6대 광역시 소재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실제 유통기업들은 올해 경영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4.0%), △국내정치 불확실성(39.2%), △운영비용 부담 증가(36.8%), △미국 통상정책(16.8%) 등을 꼽았다.
유통업체 대다수가 소비 부진 장기화를 예측했다. 응답 기업의 49.8%가 2026년 이후에야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이후에야 소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도 16%에 달했다.
한국유통학회 박경도 회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으로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내수 침체도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며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파고가 연이어 오는 상황”이라며 “추경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함과 더불어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김진욱 경제조사팀장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특히 지역경제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 축제 활성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분기 업태별 전망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분기 온라인 쇼핑과 슈퍼마켓의 전망치는 각각 76, 77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과 슈퍼마켓은 각각 지난 1분기 대비 2포인트, 1포인트씩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전망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망치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업체간 경쟁 심화, 중국 이커머스 국내 공세 강화는 기대감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슈퍼마켓은 외식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며 오프라인 업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선방했다. 근거리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슈퍼마켓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및 맞춤형 식품 강화, 빠른 배송 서비스 제공 등이 전망치 하락을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망치는 지난 1분기 85에서 73으로 하락했다. 백화점은 전반적인 경기 위축 상황과 공격적인 가격 인상 등으로 핵심 카테고리인 명품 수요가 둔화하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대형마트는 주요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에서 온라인 및 슈퍼마켓과 경쟁이 심화되며 전반적인 업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아울러 홈플러스의 경영위기도 대형마트 업태 전체의 체감경기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편의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저 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점포 수 증가에 따른 편의점 업체 간 경쟁심화가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장근무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만큼 소비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규모 할인행사와 같은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더불어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모델 혁신, 불황에 강한 상품 개발 등과 같은 기업의 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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