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내는 소액주주들이 늘어나자 기업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반주주를 보호하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상법 개정안이 덩달아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엔 이전 대비 증가한 주주제안이 상정됐다.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 등을 통해 더 많은 일반주주들이 주주로서 권리를 보장받으려 한다는 얘기다.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1주와 일반주주가 소유하는 1주는 지금까지 그 가치가 달랐다. 1주당 주식이 형평성을 갖추도록 기업들도 인식을 바꾸길 투자자들은 바라고 있다.
의결권 대행사 찾는 기업 증가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해 소액주주들이 내는 주주제안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의결권 전문 대행 업무를 시작한 로코모티브가 올해 위임받은 총 의결권 수는 6000만주로 전년 대비 2343만주(64%) 늘었다. 의결권 대행 업무를 진행했던 기업은 지난해 8개에서 올해 10개로 증가했다.
의결권 대행 업무는 쉽게 말하면 대행사가 기업을 대신해 소액주주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의결권 대행사를 고용해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제안 등을 대비한다.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뿐 아니라 이마트, 코웨이, 차바이오 등 상장사들로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로코모티브는 설명했다.
활발해진 소액주주 운동
올해 주총에 상정된 주주제안은 이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결집력을 형성하면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상정된 주주제안은 4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64건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은 임원 선임 및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신증권 이경연 연구원은 주주들이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제안이 증가한 건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진 결과다. 동학개미 운동 이후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이전 대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주주행동 플랫폼은 액트‧헤이홀더‧비사이드 등이 있다.
일례로 스테인리스 가공업체 티플랙스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구희찬 전 부사장이 상근 감사로 선임됐다. 헤이홀더를 통해 모인 소액주주들이 활약한 덕분이다. 다른 플랫폼인 액트는 창업 3년 만에 10만명 가입자를 모집했다.
“상법 개정안 관련 기업들 우려 해소할 필요”
다만 올해 전체 주주제안 중 가결된 건은 18건(11%)에 불과했다. 부결된 안건은 90건이며 자동 폐기된 안건은 56건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 대표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주주제안이 많았던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요건에 맞지 않는 주주제안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통과율이 낮았다”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선 상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정 대표는 주장했다. 동시에 기업들이 우려하는 점을 보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게 정 대표의 의견이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와 전자 주총 의무화 등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최근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 재표결을 거칠지는 미지수다.
정 대표는 “(상법 개정안) 완충 역할을 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라며 “상법 시행령 내지 자본시장법에서 보완해서 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주주들이) 올바른 주주제안을 하고 사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차츰차츰 확산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Copyright ⓒ 더리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