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이 강한 과당. 흔히 설탕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당이 암세포를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종양 성장 속도가 최대 두 배까지 빨라졌다. 단맛 뒤에 숨은 위험이다.
지난해 12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 과당이 간에서 종양세포 성장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한 당이 아니다. 간에서 대사되면서 암세포에 필요한 연료로 바뀌는 구조다. 포도당과 다른 길을 간다.
포도당은 온몸에서 대사된다. 과당은 아니다. 간과 소장에서만 대사된다. 이 차이가 종양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체중, 혈당, 인슐린은 그대로…종양만 자랐다
실험은 종양이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당이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을 때, 체중이나 공복 혈당, 인슐린 수치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종양은 커졌다. 일부는 성장 속도가 두 배를 넘었다. 몸 전체는 멀쩡한데 종양만 자란 셈이다.
이전까지는 당 섭취량과 건강 문제 사이의 일반적인 상관관계가 중심이었지만, 이번 결과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줬다. 과당이 작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유전학·의학 교수 개리 파티는 “과당은 직접 암세포를 키우지 않는다. 간에서 암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질로 바뀐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이 문제…음식 대부분에 들어 있다
음료나 디저트만 문제가 아니다. 케첩, 샐러드 드레싱, 파스타 소스, 과자, 사탕, 빵, 물엿에도 과당이 들어 있다. 특히 액상과당 형태로 흔히 사용된다.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대표적이다. 감미료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단맛이 강해 대량으로 쓰인다.
해당 실험을 진행한 팀은 “부엌에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포함된 제품을 살펴보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섭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양이다. 100년 전 미국인의 연평균 과당 소비량은 2.27~4.53kg 수준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21세기 들어 15배 이상 늘었다. 현재는 34kg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종양 성장과 직접 연결된다.
젊은 층 암 발병 증가, 과당과 관계 있다?
논문에서는 또 하나의 흐름이 제시됐다. 과당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 50세 이하 암 발병도 늘어났다.
특히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에서 뚜렷했다.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과당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특정 연령대에서 암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연구진은 “과당 섭취가 종양 진행을 촉진한다”고 언급했다. 이미 암이 있는 상태라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당을 피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과일, 꿀, 채소 등 천연 식품에도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시판되는 음식 대부분이 액상과당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은 물론, 집에서 조리하는 음식에도 과당은 들어간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섭취하게 된다. 포장지 뒷면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 없다. 단맛의 대가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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