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교제폭력, 국가 보호는 부실···불 지른 여성 극단적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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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교제폭력, 국가 보호는 부실···불 지른 여성 극단적 배경은

여성경제신문 2025-04-07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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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 /연합뉴스
교제폭력 /연합뉴스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 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습니다."

수년간 교제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40대 여성 A씨의 형량이 논란이다. 검찰은 A씨 항소심에서 1심 선고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반면 여성단체에선 정당방위를 적용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방화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교제폭력을 벗어나고자 처절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공식적으로 23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현행법은 안전망이 되지 못했다.

2019년 여름 A씨는 노래방 접객원으로 일했다 B씨를 손님으로 맞이했다. 이후 교제가 시작돼 A씨 집에서 동거했는데 심각한 폭행이 이어졌다. 안와골절에 갈비뼈골절, 응급실 의사가 '호흡부전으로 사망 위험성이 있다'고 고지할 정도였다. 

B씨는 A씨의 외부 활동을 막겠다며 목을 조르고 소주병 등 물건까지 이용해 주로 얼굴을 때렸으며 화상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기억력 감퇴, 외시력 감퇴, 화상 흉터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겼고 우울장애, 조현병, 불면증 등 정신건강도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연인 간 문제로 여겨져 접근 금지와 같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피해 초기인 2019년부터 2년간 B씨의 폭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A씨도 폭행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되는 일이 있었다. 또한 상호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익산·군산경찰서는 A씨에 대한 안전조치로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을 시행했다. 쉼터(보호시설) 입소 등을 권하기도 했으나 피해자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2023년 상해와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출소한 이후에도 A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A씨의 목을 조르거나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을 거듭했다. 심지어 A씨의 목에 흉기를 갖다 대거나 몸을 담뱃불로 지져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출소 후에도 만나는 것이 당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날 수밖에 없는 건 좋아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친밀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걸로 협박하거나 범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도 아픈 아버지가 집에 있었기 때문에 집에 와서 난리 칠까 봐 가해자가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을 때 간 거다. 접근에 대한 차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주택 화재 /연합뉴스
주택 화재 /연합뉴스

B씨는 지난해 5월 10일 술에 취한 채 A씨 집에 들어와 “너 때문에 감옥갔다”고 원망하며 또 목을 졸랐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이후 잠들었는데 A씨는 그가 잠에서 깨어나 다시 때릴까 두려워 다음날 새벽 거실에 있던 이불에 불을 붙였다. 

A씨는 그날 사건으로 현주건조물 등 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러 사망하게 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전국 3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사건은 교제 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며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검사의 구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죽기 직전까지 맞아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피해 여성의 방화는 가해자가 죽기를 바라는 ‘앙심’이 아니라, 그저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라고 밝혔다.

군산 교제폭력 사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의 경우 가정폭력처벌법(부부·사실혼)이나 스토킹처벌법처럼 직접적으로 개입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가 없다. 경찰은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해선 △112 등록 △스마트워치 지급 △지능형 CCTV △임시숙소 △보호시설 △맞춤형 순찰 △신변경호 △가해자 경고 △피해자 권고 △개인정보변경 등의 범죄피해자 보호조치를 신청 받아서 하고 있다.

교제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일반 형법이 적용된다.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연인 관계라는 특성상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입법 절차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은 교제 관계에서 발생한 폭행·협박·살인 등의 행위를 '교제폭력 범죄'로 명시하는 한편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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