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야수 이호준이 4일 사직 두산전 도중 튀어오른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뻗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마운드 운영을 힘겹게 만드는 요인 중에는 부실한 수비의 몫도 크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5.00으로 8위다. 반면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은 4.35(7위)다. FIP의 계산식에는 홈런, 삼진, 볼넷을 비롯한 투수의 책임이 큰 지표가 들어간다. 즉, FIP보다 ERA가 높으면 수비의 지원이 저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롯데의 수비력을 직관적으로 나타낸 지표는 실책이다. 롯데는 13경기에서 실책 13개를 저질렀다. 물론 실책이 모든 수비 상황을 설명하진 못한다. 가령 어려운 타구에 도전하지 않으면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롯데에는 평범한 병살타 상황에서 1아웃을 잡는 데 그치거나,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장면도 많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적지 않았다.
수비에서 이닝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는 바람에 투구수도 증가했다. 롯데 투수들의 총 투구수는 2072개로 1위다. 모두 아웃카운트를 제때 쌓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다. 자연히 수비 시간도 길어진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롯데에서 실책을 범한 선수는 대부분 20대의 젊은 야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입단한 이호준(3개)의 비중이 크다. 4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선 실책 2개가 잇달아 나왔다. 3-2로 앞선 7회초 1사 후에는 추재현의 강습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까다로운 타구여서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다만 이 수비 이후 두산이 전세를 뒤집어 자신감이 떨어졌다. 계속된 1사 2루에선 양의지의 깊은 타구를 잘 잡고도 악송구를 했다.
육성해야 할 선수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이호준의 실책에는 질타를 하지 않았다. 성장을 위해선 격려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사활을 건 롯데의 상황은 리빌딩 팀인 키움 히어로즈(15실책·1위)와 다르다. 실책으로 놓친 한두 경기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저연차들을 키우려 ‘세금’을 내고도 수비가 개선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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