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현기자 |
최근 개헌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개헌 방향성이 가장 명확해진 현재가 개헌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며 "이번 대통령 선거일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김경수, 김부겸 등 차기 대권 주자들과 국민의힘 측에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정치적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혹은 책임총리제 도입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입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이 이러한 개헌을 논할 적절한 시기인지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아직 한남동 관저를 떠나지도 않았으며, 내란죄 관련 재판도 진행 전입니다. 마치 태풍 피해 후처리도 제대로 되기 전에 새 건물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이 시점에서 개헌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절이라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는 과연 헌법 제도의 결함인가, 아니면 권력 운영자의 문제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있습니다. 만약 헌법 구조 탓이라면, 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오히려 대통령이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제도 자체보다 권력자의 자세와 통치 방식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셋째,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극히 낮은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 국회 중심의 권력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발상입니다. 오히려 이는 정치권의 기존 문제(정쟁, 지역감정, 비효율적 의정활동 등)를 더욱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같은 합리적인 개헌 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치적 혼란기에 갑작스럽게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정치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더 시급한 과제가 있습니다. 아직 이 사태의 종착역은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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